2화 나의 수원 화성 이야기

1부 시작하며 - 2022.02 수원

by micn

현재 나는 수원에서 지내고 있다.

좀 더 정확히는 화성 행궁 옆 팔달산 중턱. 남창동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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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탓하며 고향 같은 안산을 잠시 떠났다. 이곳으로 왔을 때 당시 신선함과 설렘이 가득했다.

사진 찍으러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면 명소 옆에 사는 동네 주민의 삶이 궁금하고 동경했었다.

꿈꾸던 바람이 현실이 되고, 한 동안 평범한 일상이 특별했다.

계절과 날씨, 낮과 밤마다 화성 행궁의 다른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는 점을

이곳에 오기 전에는 생각이나 했을까?


경험이 만든 즐거움에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다만 즐거운 이곳을 나는 떠나려 준비 중이다. 계절이 순환하여 다시 제 자리를 찾는 순간에 떠날 것이다,

내 나이가 주는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이별이다.

떠나기 전에 수원 화성을 통해 느낀 추억들을 정리하며 감정을 기록함으로

3년간의 즐거움을 남기고자 한다.


이번 여행기는 나의 짧은 수원 화성 이야기다.

수원 화성에는 동서남북으로 문이 있고 각 문에는 이름이 있다.

남쪽의 문은 팔달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자성어 사통팔달의 팔달과 같은 단어다.

그렇다면 사자성어 사통팔달은 팔달문에서 유래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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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반대다. 팔달문의 이름은 사자성어 사통팔달의 팔달에서 따왔다.

조선 성들 대부분은 정문이 남쪽 문이라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한양도성의 정문은 숭례문이다.

근데 수원 화성의 정문은 남쪽이 아니라 북쪽이다.

상당히 이례적인 부분이지만 북쪽이 정문이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수원 화성이 축성되었을 때 조선의 왕, 정조가 서울 한양에서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북쪽에 서울이 있었기에 북쪽 문은 왕이 들어오는 문에 권위와 위엄을 부여해야 하기에 정문으로 지정했다.

다만 정문을 박탈당한 남쪽 문에 위로하기 위해 팔방으로 통한 길. 팔달이란 이름이 부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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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에 카메라와 렌즈를 준비하며 가방을 쌓다.

평일이지만 급하게 출사를 준비했다. 밤중에 폭설이 내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새벽녘 그 순백의 순간들을 나 혼자 만 즐겼다.

잘 나온 사진보다 더 즐거운 건 동경했던 삶의 모습을 경험이었다.

주변에 살고 있어 얻은 기회이기에.

그때의 사진만 볼 때면 사진보다 경험이 떠올라 기분이 좋다.

화성행궁의 뒤쪽에 서 있는 팔달산에는 산 중턱에 산책로가 구성되어 있다.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고 봄이면 벚꽃을 가을이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걷다 보면 화성을 지키기 위한 신을 모신 성신사와 현대에 세워진 정조대왕 동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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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구도로 화성 행궁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지금의 수원과 화성 행궁이 제일 잘 어우러진 위치다.

산 나무들이 울창하지만 절묘하게 갈라져 있다. 이 나무들로 자연이 만든 프레임이 그려진다.

프레임 가운데로 화성 행궁이 위치한다. 기와로 된 갓을 쓰고 있는 정문의 뒷모습은 앞쪽의 웅장한 매력

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문과 같은 시선으로 시야를 점점 멀리하면 광장과 함께 주변의 도로들이 보인다.

점점 하늘로 갈수록 요즘의 건물들이 들어온다.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섞여 있는 이 장소를 개인적으로 주말 아침에 보는 걸 좋아한다.

아침이라 사람이 없는 행궁과 광장, 주말이라 비어있는 도로, 밝은 아침 햇살이 이 모두를 비추고 있다.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한옥과 도시의 모습이 아침 햇살로 뭉쳐진 장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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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음에도 이곳으로 다시 여행을 온 기분이다.

유명 관광지를 이른 아침에 혼자 독차지하는 기분으로 우월감까지 생긴다.

살았기에 행운이 곁에 있었다.


눈 덮인 성곽 출근길.

뒷산에서의 화려한 일출.

벚꽃 만발한 혼자만의 새벽녘 산책,

혼자만의 장소에서 새해 타종행사.

관광으로 왔다면 기껏해야 방화수류정 정도만 다녀왔을 것이다.

주변에 살고 매 일을 같이 할 수 있기에 추억이 쌓이고 특별함이 더해진 것 같다.

대상과의 교감을 강조하는 사진작가들이 좋아하는 장소에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김영갑 작가님의 제주 사랑처럼.


떠나기 싫지만, 떠나야 하기에 남은 한 해가 특별해진다.

놓치고 떠나지 않게, 좀 더 돌아다녀야겠다.

내일도 동네 한 바퀴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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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0.


나만의 수원 화성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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