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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Aug 26. 2023

콧수염 왁싱의 신세계


 오늘 오전이 왜 이렇게 상쾌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휴일 아침이라지만 유난히 그랬다. 평소와 달리 아침에 일어나 한 것은 면도대신 왁싱이었다. 왁싱으로 며칠 간 걸리적거리던 수염을 지우개를 지우듯 말끔히 지워내 버렸다. 오전 내내 입을 오므렸다 폈다 반들반들해진 입술 주위를 느낄 때마다, 여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통증과 피를 조금 보기도 했지만 감당할 수 있었다. 길면 한 달간은 tv에 나오는 남자연예인의 인중을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팔자주름이 돋보이는 건 아닌가 했지만, 왁싱 후 원래 나이보다 세네 살은 어려 보이는 동료를 보고 시작한 이었다.



 이번은 두 번째 왁싱이었다. 저번에 인중 왁싱을 비숙련자에게 맡기다가 처음으로 다툴 뻔 한 뒤로는 혼자서 노하우를 찾아본 뒤였다. 하드왁스를 사서 가스불에 녹였다. (구슬 왁스를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녹여 바르는 경우도 있다.) 아이스크림 막대로 왁스를 젓고 수프처럼 만들어 턱부터발랐다. 덜 아픈 턱 부분부터 해야 인중의 왁스를 뗄 때도 마음을 강하게 먹을 수 있었다.



 손으로 만져 모왁스가 굳어진 걸 확인한 뒤 끝부분을 살짝 말아 엄지와 검지로 꽉 쥔다. 과감하게 떼는 것만큼 흔들림 없는 엄지와 검지의 굳건함이 필요했다. 아자자자자 자자, YB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를 되뇐 뒤 힘껏 떼내었다. 왁스에 묻어 나온 깊이 박혔던 수염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제모왁스를 발라 굳건한 마음으로 몇 번을 뜯어냈다.

 이 고통에 비하면 왁싱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수염을 족집게로 뽑는 건 쉬운 수준이었다. 집에 정원이 있다면, 정원을 정리하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두 번째 왁싱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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