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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Jan 22. 2024

영화 '괴물'의 수수께끼와 방어기제


 영화 괴물의 한 사건을 두고 세 사람의 다른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다채롭다.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사건에 대한 몰입과, 그 이유가 밝혀지는 과정, 그리고 두 소년의 값진 이야기까지. 학부모 사오리와 선생 호리, 그리고 미나토 통해 보여주는 세 사람의 적나라한 내면을 보여준다. 다만, 세 사람의 내면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무엇이 세 사람의 내면을 분리시켜 놓았을까. 우선 분리된 이야기부터 들여다 보아야 한다.



 분노로 심화되는 수수께끼

 첫번째 사오리의 이야기는 화(火)로 심화되는 수수께끼이다. 영화의 도입부, 화재현장을 향해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사오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건 사오리의 분노다. 그녀는 에게 생긴 격적인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을 분노로써 표출한다. 그녀의 박한 분노는 관객을 이내 납득시키고, 관객은 사오리와 함께 괴물을 찾는 수수께끼에 빠진다.



수수께끼에 쉽게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진실보다는 힌트를 원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단편적인 정보는 또 다른 수수께끼되고, 감정을 자극하는 유희 거리가 된다. 그러고 보면 미나토와 요리가 즐기는 수수께끼 또한 파편화된 정보의 자극을 즐기는 놀이이다. '괴물이 누구게' 놀이에서 괴물은 기린, 거북이, 나무늘보 같은 동물로 답이 정해져 있지만, 놀이의 핵심은 괴물을 연상시키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주는 것이다. 



 처럼 장황한 진실보다 단편적인 정보가 사람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이목을 끈다. 그렇게 영화 속 인물들은 그저 관심을 끌려고 소문을 내고, 흥밋거리로 타인을 폄하하고 미나토는 관심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한다. 이들로써 호리 선생의 고통은 심화되지만, 그의 여자친구조차도 그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영화'괴물'이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은 관객을 붙드는 것이다. 영화는 도입부의 화재와 영화 말미의 태풍으로 끝나는 일을 세 번 반복하며 두 재해 시간 사이에서 관객을 붙든다. 화재와 태풍은 세 번 반복되고, 관객은 동시간 대에 있었던 세 가지 이야기를 목격한다.



 세 가지 방어기제 이야기

 이 영화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 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듯한 장면이 있다. 미나토 거짓말을 통해, 사오리 분노를 통해, 호리 선생이 순응을 통해 만드는 이야기 다음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이다. 과자도둑이 무서워 맛있는 과자를 갖지 않는다는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는, 영화는 소중한 걸 잃어버린 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 이것은 방어기제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 이야기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장면이 있다.   미나토가 방어기제로 요리를 지키 호리 선생을 벼랑으로 몰게 된 다. 이 장면은 같은 반 친구에게 모욕을 당하는 요리로부터 관심을 돌리려 미나토가 물건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지는 일로 시작되고, 이를 저지 호리 선생의 손에 미나토  맞아 코피를 흘리며 끝난다. 이 일은 오리가 생각하는 폭력 사건의 전말이면서 호리 선생이 억울하지만 폭력이라 순응하게 만든 일이기도 하다. 미나토는 이 일로 요리를 지켜주며 친구가 되었지만, 호리 선생을 고통으로 빠뜨리게 다. 



 난간으로부터 내려오게 한 이야기

순응을 강요받다가 스스로를 부정할 수밖에 없게 된 호리 선생의 위치는 학교옥상 난간이다. 아슬한 난간 위에 있는 건 비단 호리 선생뿐만은 아니다. 이 장면 뒤에 보여주는 요리의 상황이기도 하다. 요리는 자신이 돼지의 뇌를 가졌다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모든 게 사라지고 다시 시작되는 빅크런치 꿈꾸는 아이이다. 그래도 요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불행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진난만하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행복을 연기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요리의 모습 미나토 다가가 삶의 온기를 얻는다. 



 나토와 요리의 시시한 놀이에 몰입되는 대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자신 고유한 휴머니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방어기제에 방어기제로 일관하던 그들이 함께 놀면서 대화하는 건 그 방어기제 자체이다. "공격을 받으면 몸에 힘을 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요리의 힌트에 히나토는 “그것은 요리다"라고 말한다.  장면은 미나토와 요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비춰준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거울처럼 서로를 비춰주면서, 각 스스로와 마주할 기회를 얻게 한다. 미나토가 요리에게 다급하게 거짓말이라며 사과할 수 있는 것도, 교장 선생에게 거짓말이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요리 또한 자신을 찾아온 미나토에게 본심을 말한다. 두 소년은 그렇게 나로부터 너를 지키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영화는 더 나아가 너로부터 너를 지키는 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 미나토의 마지막 대사는 마치 요리로부터 요리를 지켜주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난간에 올라간 너를 내려오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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