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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Jan 26. 2023

책에서 사랑을 배울 때

책 '노르웨이의 숲'



 사랑을 할 때 그것은 둘만의 것이고 둘은 사랑의 당사자가 되는 것 같지만, 제삼자가 된 것 같은 순간은 빈번하다.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에는 그와 그녀가 나온다. 그녀는 그를 집으로 초대하고, 둘은 의자도 없는 방 안에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아침이면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를 일어난다. 남자는 그렇게 혼자 잠이 들고, 잠에서 깬 뒤의 그녀는 없다.



 이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사랑이 둘만의 것이라는 관념에 균열을 내는 듯하다. 나와 너 이외의 존재가 포함되는 사랑을 보여준다. 소설의 초반 주인공 와타나베의 역할은 연인 관계에 들어가, 그들이 제삼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와타나베는 영화 '완벽한 타인'(2018)에서처럼 불륜으로써의 적나라한 제삼자임을 보여주기보다, 의도치 않아도 서로에게 제삼자가 되어버리는 연인을 보여준다. 와타나베는 연인이었던 기즈키와 나오코와 사이의 인물이면서, 나가사와와 하쓰미의 관계에서도, 둘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도교의 에덴동산에는 아담과 이브 사이의 제삼자인 뱀이 있었다. 그 뱀으로 인해 아담과 이브는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고, 서로에게 제삼자가 되어버렸다.

 와타나베는 제삼자에서 사랑의 당사자인 아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오코를 사랑하면서도 삼각관계에 얽힌다. 연인에게 뱀이 아니라 온전히 아담과 이브가 될 수 있을까.



 에덴동산이 아닌 인간세상에도 뱀이라는 존재가 도처에 존재한다. 어쩌면 연인관계에서 아담과 이브또한 원래 뱀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을 뱀으로 만드는 것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들에 분노하기보다 연민하는 건 어떨까. 선악과를 먹게 한 죄로 신으로부터 땅바닥을 기는 벌을 받은 뱀은 어쩌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준 존재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말미에 와타나베와 레이코와의 관계는 제삼자인 뱀에 대한 포용의 의지로 보인다. 어릴 적부터 둘만의 에덴동산에서 온전한 사랑을 하던 기즈키와 나오코가 소설의 도입부와 말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서로를 뱀이 아닌 아담과 이브로써만 존재하려 했던 의지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까. 그러면 결국 에덴동산을 벗어난 아담과 이브와 뱀은 연민의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 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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