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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Oct 29. 2023

먹먹하고, 울컥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근 10년 만에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이 세상에 나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라는 화젯거리와 함께, 포스터를 제외한 그 어떤 정보 없이 일본에선 개봉했다. 그 소식을 접했던 나 역시, 본 영화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를 검색하지 않았다. 그저 평가의 호불호가 극치를 달린다는 항간의 소문 외에는 그 어떠한 정보도 알지 않은 채, 140분의 시간 동안 스크린에 내 모든 것을 집중했다.


  내가 경험해 온 지브리 작품엔 항상 특유의 기괴함이 들어있곤 했다. 불쾌한 골짜기라고 해야 할까? <이웃집 토토로>의 수많은 이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가 갖는 괴랄함 등. 이번 작품 역시 지브리가 가지고 있는 해괴망측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지브리가 아이들을 향한 작품은 아니라는 듯. 물론 중간중간 귀여운 요소들의 등장과 함께 해괴망측함이 순화되곤 했다.


  이번 작품은 '아는 만큼 보이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렇다고 작품의 '해석'과 관계있는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지브리의 작품들 속 장치들을 오마주한 것들이 요소요소 눈에 띄는 작품이다. 과거 지브리의 작품들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여러 장치와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을 본 나 역시 어? 웬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그런 건데? 아! 그거다! 싶은 반가움을 마주했던 장치들이 상당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해석에는 글쎼.. 큰 영향을 주는지는 의문이다. 오롯이 내 주관적인 관점에선 그러한 장치들을 모른다 한들 작품을 즐기기엔 전혀 상관없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




  확실히 불친절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여운이 상당하고, 오히려 2회 차 3회 차를 시도해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돌아오는 11월의 첫 주말에 2회 차 관람을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과거의 어떤 지브리 작품에 비해 호불호가 심한 것은 아닐까 싶다.

  약 140여 분의 시간 동안 집중하지 않으면, 그 전개를 따라가기 쉽지 않으며 상영시간 내내 머리로 열심히 추론하는 등 많은 일을 해내야 이 작품을 오롯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저 멍하니 스크린을 응시하는 중이라면 곧잘 하품과 함께 잠이 쏟아지며, 약 2시간 동안 꿀잠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리라.

  내가 느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나에게 울컥함을 선사했고,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했던 적이 있던 과거의 잠식으로부터 꿋꿋하게 '나'를 지켜낸 그때의 '나'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선물해 주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끝이 나고 올라가는 크레딧과 함께 울려 퍼지는 OST의 여운. 쿠키영상은 없지만, 그 음악의 여운을 느끼며 앉은자리에서 바로 다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단 감정이 감돌았다.



  줄거리를  쓰는 걸 썩 좋아하진 않아,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막막하다.

여운을 느낀 그 곡을 다시 들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지구본(Spinning globe) - 요네즈 켄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한국 스페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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