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월 24일 토요일 늦은 밤. 이번 일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가 고민하고 있던 중 퍼뜩 서점을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책 사모으기에 꽂혀있던 터라, 매 주말 외출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집어오고 있던 나의 행동에 의한 영향이 있을 터.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책방을 찾아보기로 한다.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동네에 위치한 독립서점이 한두 개쯤은 있을 것이란 이상한 확신이 들어 냅다 지도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색을 하다 보문역 인근에 위치한 '부비프'라는 동네 책방을 찾게 됐다. 이번 주 일요일은 여기다!
책방을 입장함과 동시에 책방을 가득 메우는 디퓨저 향이 반긴다. 그와 함께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비틀즈 노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향과 함께 합쳐지니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마음이 편해지며 조용한 책방 안 여기저기를 보며, 큐레이팅되어 있는 책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서점 가운데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엔 포스트잇으로 한 장씩 큐레이팅이 되어있다.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읽어보며 책장을 조심스레 넘겨보며 한 권씩 살펴보다가, 블라인드 북 리스트에 눈길이 머물렀다.
속이 보이지 않는 포장지에 싸여 간단한 큐레이팅과 함께 있던 여러 책들. 온전히 책방 주인의 짧은 메모에만 의지하여 책을 선택한다. 이 큐레이팅엔 어떠한 책이 들어있을까?
책을 하나 골라 들고 계산대로 발걸음을 향한다. 책 뒤편에 있는 큐레이팅 글귀를 보신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아 그렇군요. 재밌게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엔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어떠한 내용이기에 책방 주인은 이런 큐레이팅을 해 놓은 것일까?
오랜만에 책을 접하기 전 설렘을 느껴본다. 이번엔 작가와 책방 주인과 나, 다자간 소통을 처음 하게 되는 시도이기도 하기에.
한 발 앞에 또 한 발을 몇 번이고 계속해서 내딛는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평범하게 존재하는 일의 장엄함에 대해서도요.
종교가 없는 제게 이런 책은 기도이자 명상이기도 해요.
바다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채장에서 꺼내 읽을 수 있는 '가까운 바다' 같은 것이랄까요.
기꺼이 맞고 싶은 파도를 여기 둡니다.
<블라인드북> No.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