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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Mar 03. 2024

또바기 운동

<생각>

"밍님은 입원 전에 운동하셨었어요?"


재활 첫 시간, 담당 치료사의 질문 하나.


"네. 생존형으로 헬스 조금 했었어요. 막 재미 붙이려던 찰나에 진짜 생존형 운동을 하게 됐네요." 


우스갯소리 조금 섞어 대답을 건넨다. 


"아니.. 이전엔 피티 받으신 거예요?"

"아뇨. 혼자 낑낑거리다가 몸 다쳐가면서 했었어요. 한 번은 허리를 삐끗했는데, 그 덕에 자세에 더 신경 쓰게 됐답니다."

"허허.. 여기선 그러시면 절대 안 돼요. 저랑 같이 해봅시다. 아마 이전에 운동을 하셨다고 하시니 곧잘 하실 거예요!"

"열심히 하고 얼른 퇴원해야죠!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나의 의도치 않은 재활운동이 시작됐다. 어딜 가나 우스갯소리로 생존형 운동을 한다 이야기하던 과거와는 싱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젠 '진짜' 생존형 운동을 해야만 하는 셈.


재활운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말초신경의 부재로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를 항상 따라다녔다. 옆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환자를 볼 때마다 너무 뿌듯하다며, 약간의 진전이 보이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는 치료사들의 말과 시나브로 행동의 가짓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나의 인지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탱해 주는 큰 버팀목이었다. 


기약 없는 입원 생활 중 유일하게 땀 흘려가며 나의 모든 것을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로지 어제보다 1cm, 아니 0.5cm만 더 움직여보자는 목표를 품고, 치료사들의 안내와 보조를 받으며, 동작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했다.


우스갯소리 생존형 운동과도 큰 차이점이 있었다.

우스갯소리 생존형 운동은 조급해할 것 없이 천천히, 나의 시간을 조율해 가며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진짜 생존형 운동은 넘어지면 끝이라는 긴장감이 늘 함께했고, 운동 후 종종 공허함과 억울함 등 썩 유쾌하지 않은 감정들이 나를 반기곤 했다.


지금도 일과 후 썩 유쾌하지 않은 감정들이 두 팔 벌려 찾아오곤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끔 휘말릴 수 있는, 그런 얕은 소용돌이 정도의 것으로 빈도가 줄고, 강도가 낮아진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

어쩌면 또바기 재활운동을 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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