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밍한 밍 Mar 10. 2024

위로 그리고 추억

<감성>

  일요 웹툰 리스트를 내려보던 중,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하일권'.

<삼봉이발소>를 시작으로 <3단합체 김창남>, <두근두근두근거려>, <안나라수마나라>, <목욕의 신>, <방과 후 전쟁활동>, <병의 맛> 등 여러 작품을 모두 봤고, 그의 감성에 푹 젖어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10대와 20대를 보내던 시기였다. 그리고 30대를 보내고 있는 이때에, 다시 그의 작품을 마주하게 됐다.

이번 작품은 <이발소 밑 게임가게>.


  타이틀의 '이발소'라는 단어에서 그의 첫 작품이었던 <삼봉이발소>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전 작품의 배경이 됐던 그 이발소 건물 아래에 있는 '게임가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이라는 유추와 함께, 어딘가 마음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십수 년 전의 내가 읽었던 '나'와 조우하는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하일권 감성에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일권 작가의 작품엔 특유의 하일권 감성이 있다. 웹툰임에도 특유의 구도를 활용하여 핸드폰을 요리조리 돌려보게 만드는 재미와 함께, 작품의 구도에서 나오는, 심금을 가볍게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스며들어있다. 이번 신작은 제목에서부터 그런 감성을 툭툭 건드려주었고, 작품 초반부터 그 감성을 터트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렸을 적 게임 팩을 꽂으며 게임을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친구의 게임보이를 빌려 포켓몬스터를 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며, 새로운 게임을 접하게 되었을 때, 캐릭터 동작 하나하나 조심스레 조작하며 게임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주어진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이 꽉 물고 버텨내고 있는 나 자신이 겹쳐 보이며 울컥하는 감정이 샘솟았다. 그런 감정의 골 사이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네. 어른이 됐구나. 힘들었지? 잘 돌아왔어."


  과거의 그 추억을 잠시 곱씹어보며, 그렇게 위로를 받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바기 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