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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Mar 17. 2024

공간, 그 이끌림

<경험>

  길을 걷던 중 액자식 창가 너머, 한 손엔 한 권의 책을, 한 손엔 한 잔의 커피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겨 작은 동네 책방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정수리가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오밀조밀한 공간에, 그림책이 빽빽하게 스며들어 있는 공간. 바깥은 여러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서로 얼기설기 엮여있는 반면, 이곳의 공간은 바깥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동네 책방을 둘러보던 중, 책방의 벽에 걸려 있는 그림 몇 장.


"여자 사장님이 작가분이셔요. 직접 그린 그림이랍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공간을 빽빽이 배운 다양한 그림책들을 한 권씩 천천히 살펴본다. 그러다 눈에 띈 엽서들. 그림을 프린팅 한 엽서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는 진열장을 보며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던  중


"남자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을 엽서로 만든 거예요."


  소소밀밀 부부의 지인으로 보이는 분께서 나긋나긋 한 마디를 덧붙이신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띈 두 장의 엽서.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책을 구경하고 있는 엽서 두 장. 엽서는 잘 사지 않는 나지만, 이것만큼은 왠지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강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차창너머 한 잔의 커피와 한 잔의 책으로 여유로움을 잠시 즐기고 가라는 듯한 메시지를 심어준 첫인상이 강렬해서였을까.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의 오밀조밀한, 밀도감 높은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싶어서였을까.

혹은 둘 다였을까.


  그렇게 난 두 장의 엽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나의 집으로 그 여정을 함께 거닐었다.

고양이의 귀여움엔 묘한 매력이 있다.

  근 한 달여간, 출장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을 보던 날마다 매일 세 개 이상의 미팅을 소화하곤 했다. 출장을 간 날엔, 어김없이 출장의 결과물에 대한 작업을 해야 함을 물론이거니와 기존 업무 역시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돌릴 없이 밀도감 높은 주중의 시간들이 매일같이 지나가고 있던 와중, '재미'를 느낄 없이 휘몰아쳐오던, 하나하나 그저 쳐내기 바쁜 요즘.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던 중, 어쩔 수 없이 잊고 지내야만 했던 그 '여유'라는 단어를 찾게 해 준 그 공간과 시간에 강하게 매료되었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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