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의 책장 #6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피터 린치>
한창 코로나 이슈가 터졌을 시기, 전 세계 증시는 너 나 할 것 없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당시 재테크, 특히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문장.
'버스 기사 출발합니다~ 부릉부릉~ 가즈아~'
지수의 역을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을 빗대하던 말. 당시 인버스의 열풍은 진짜 광기 그 자체였다.
주식에 막 입문을 하기 시작했던 내가 인버스를 매입해 봤을 정도니 허허.
이 시기 주식에 대한 광풍이 휘몰아치며 수많은 짤과 밈이 파생되고 퍼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 시기에 주식을 시작해 볼까란 생각을 갖기 시작했고, 코스피 지수가 바닥을 찍고 2200까지 회복됐을 무렵 주식이란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때가.. 2020년 8월?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계좌 내에 금액은 있으나 막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회전율이 많이 줄었다.
초기엔 이거 저거 많이 해봤다.
정치테마주, 개장 직후 거래량 터지는 종목의 무지성 매매, 배당주, 거대 음봉/양봉 직후 매매 등.
가장 기초가 되는 기업 분석은 엿장수와 바꿔먹고 뇌동매매라 불리는 것들을 많이 행했다.
이게 재밌었거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세간에 재테크 책으로 꼭 추천되는 것이라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피터 린치, 존 로스차일드> 책을 구매했다. 절반정도 읽었을 즈음, 책은 먼지와 함께 차츰 잊혀갔다.
그 후 약 2년 반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책을 꺼내 들고 이번엔 끝까지 읽으리라 다짐하며 책장을 조금씩 넘기기 시작하였다.
책장이 조금씩 넘어갈 때마다 익숙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중 몇 가지만 추려보았다.
집을 먼저 구매하라, 시장가격이 떨어질 때가 매수의 기회다, 생활 패턴 속에서 좋은 기업을 찾을 수 있다, 주식은 여유 자본으로 하라, 묵돈을 먼저 마련하라 등
이러한 내용이 단지 주장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각종 기업차트를 예시로 들며 하나하나 설명한다.
그래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① 집을 먼저 구매하라 : 저자는 부동산의 보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설령 당장 내일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식이 온 언론사에 도배되더라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당신은 그것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반면 주식은 어떠한가? 당장 1분 뒤에 장대음봉이 나타나는 그 순간! 하 팔까 말까 고민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매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렇지. 집값이 당장 내일 폭락하더라도 그 집을 팔진 않을 것이지만(난 집이 없다), 주식계좌에 파란 불이 들어와 있는 걸 보면 이걸 손절해야 하나 고민하지.'
나는 심약 개미가 맞다.
② 시장가격이 떨어질 때가 매수의 기회다 : 이건 어디까지나 기업이 탄탄한 경우에 해당한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
탄탄한 기업은 당장 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좋은 실적을 내며 주가는 자연스레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럼 자연스레 나의 수익률 역시 덩달아 상승하게 되는 셈.
시장에서 떠도는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라'는 말이 꽤나 신빙성 있게 들린다.
잊지 말자. 나처럼 무지성 장대음봉 매매를 했다간 지하실, 그 밑의 지하벙커를 경험하게 된다.
기업의 탄탄함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상대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혹은 시장의 주목을 받지 않은 주식을 매입해 보자.
언젠가 빛을 발할 확률이 높다.
③ 생활 패턴 속에서 좋은 기업을 찾을 수 있다 :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풀어간다.
자신의 아내가 어느 날 마트에서 스타킹을 사 왔다고 한다. 아내는 자신이 산 스타킹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의 스타킹은 마트 진열대 앞에 놓이기 시작하며 매출이 급증하게 됐다.
그와 동시에 해당 회사의 주가 역시 쭉쭉 솟구쳤다는 이야기.
이 비슷한 경험을 나도 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멀뚱멀뚱 지켜봤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쿠키런 킹덤'이라는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래봐야 한물 간 쿠키런 IP일 뿐이라며 그 소식을 애써 무시했던 나. 다만 해당 회사의 주식은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살 껄!)
게임 출시 직후, 여기저기 게임이 재미있다는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해당 회사의 주식은 아래와 같이 급상승했다.
④ 주식은 여유 자본으로 하라 : 잃어도 그만인 자본으로 주식투자를 할 경우, 시장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서서히 수익을 얻어간다는 점이다. 가치투자자의 면모를 톡톡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더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내 계좌에 수익을 안겨 준다.
반면, 당장 내가 써야 하는 돈으로 주식투자를 할 경우 일희일비에 너무 목매단 나머지, 적합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거니와 위험에 대처할 여유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은 등락을 반복하며 그 시기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급하게 써야 할 돈을 주식에 투자했을 때 주가가 오르면 물론 다행이겠지만, 한없이 떨어지는 경우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당장 코로나 창궐로 인해 전 세계 시장이 폭락했을 때를 되돌아봐도 그렇다.
19년 초 투자를 시작, 1년 후 전세자금이나 이사, 등록금 등으로 쓰기 전에 묵혀둬야지~ 샀던 주식은 당장 1년 후 어떻게 되었을지.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누군가는 그 끔찍한 경험을 몸소 겪어보았을 것이다.
⑤ 묵돈을 먼저 마련하라 : 같은 수익률이라도 실질적인 수익 소득이 다르기 때문이다.
숫자로 비교해 보는 편이 더 빠르다.
투자금 : 1억 원과 1백만 원 / 수익률은 10%로 동일 (사실 10%로 엄청나긴 하다)
A : 투자금 1억 원 -> 수익률 10%, 수익 금액 : 1천만 원
B : 투자금 1백만 원 -> 수익률 10%, 수익 금액 : 10만 원
물량 앞엔 장사 없다는 말이 딱 이 모습이지 않을까?
물론 내 시드는 한없이 작고 소중해서 탈이지만.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시기는 1989년이다.
필자인 피터 린치가 펀드매니저로 활약했던 시기는 그 전인 1977년부터 1990년까지이다.
그가 펀드매니저로 활동을 시작했던 때는 무려 약 46년 전이고,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던 때는 약 34년 전이다.
수십 년 전 처음 출판된 그의 책에서 말하는 것과 근래 주변에서 주식을 시작한다는 사람에게 하는 말을 비교해 보면 놀랍게도 하나같이 똑같다.
묵돈을 먼저 만들어라, 여윳돈으로 해라, 집 먼저 사라,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라 등등
우스갯소리로 마트에서 질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해당 물품의 주식을 사는 것을 '피터 린치 매매법'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 혹은 지금 하는 사람들이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 한 가지 유념할 점이 있다면 필자는 미국 시장을 이야기한다는 점!
한국 시장은.. 더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