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레이리스트 #19 <노라조 - 형>
어느 날 갑자기 움직여지지 않는 발가락.
영문도 모른 채 점차 늘어만 가는 마비 부위.
그러다 다리와 기립근까지 사라진 말초신경과 근육.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에 의해
번듯하게 다니던 직장을 잃어버리고
그동안 잘 영위해 오던 일상생활이 사라져 버렸다.
네가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는 핀잔과
언제쯤 퇴원할 수 있냐고 계속해서 물어오는 말들.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라곤 하지만
위하긴커녕 비수만 되어 날아와 꽂히는 그 표현들.
스스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들려오는
배려심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 말들은 계속 머리를 맴돌 뿐.
그래도 어쩌랴.
말초신경과 근육이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버텨야 하는 걸.
결국 내 뇌리에 박힌 말들인걸.
하루, 일 주, 한 달...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시나브로 나아지는 움직임.
언젠가 뒤돌아보며
그래 이럴 때도 나름의 좋았던 시절이었지.
회상할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하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버틸 뿐.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맘껏 울어라.
버틸 때까지 버텨라 이 꽉 깨물고.
언젠가 이 날을 회상하며 웃을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