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밍한 밍 Jun 10. 2023

예. 전 노잼인간입니다.

○ 당신 재미없는 사람이야.


  진지함.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세월을 막론하고(그래봐야 30대) 줄곧 나의 꽁무니를 따라다닌 키워드 한 가지만 꼽자면 '진지함'을 꼽을 수 있다.

무언가에 꽂히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쌓일 때까지 파고들어 가는 것을 즐겼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단순히 내가 알게 된 지식이 신기했고, 이 신기함을 나만 알 순 없다는 순수한 취지였다.

내가 이렇게 똑똑해요! 내가 이렇게 많은 것을 알아요! 떠벌리고 다니는 스타일은 추호도 되지 못한다.

단순히 내가 아는 것이 나왔다는 반가움에 반사적으로 나오던 설명충스런 행동양식이다.

지금은 그걸 이성으로 억누르기 위해 매 순간순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와 이것 봐. 벌써부터 글에서 노잼의 향기가 폴폴~

이것도 재능인가 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접하며 으레 이런 이야기를 듣기 일쑤였다.


"밍님은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네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끝끝내 하지 못하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내가 당신이 원하는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가?'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가?'


  마지막으로


'나도 너 노잼이야.'


  동시에 스스로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내가 그렇게 재미가 없나?'


  솔직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해서 알아봤자 얼마나 안다고. 나에 대해선 쥐뿔도 모르는, 고작 그깟 사람이 던지는 말 한마디에 움츠러들고 의기소침해지는 스스로의 꼴을 보자면 내가 봐도 참 우스꽝스럽다.

겉으론 아닌 척하려고 부단히 애쓰면서, 내심 주변 시선 엄청 신경 쓰고 있구나.

정신 차려 이놈아.


  어느 날에서부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들려오면 대수롭지 않게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어우 밍님 재미없는 거 봐."

"네. 저 노잼이에요." (근데요?)


  오히려 당황하는 상대방. 이런 상황은 내심 예측하지 못한 것 마냥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살펴봤을 때나 '어색한'이란 단어가 어울릴 듯싶다.
맞받아치는 말 이후에 오는 침묵에서 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편안한 침묵이 맞는 표현이겠다.

표현을 정정한다. 편안한 침묵이 흐른다.




  난 노잼이다는 답변을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고찰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더러 노잼이라고 이야기하는 저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을 잘근잘근 씹어먹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근거 있는 합당함을 부여하기 위한 나 나름의 절차, 일종의 '논리'가 필요하다.
혼자 열심히 삽질하여 조금씩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마음의 샘 앞에 앉아 공상에 젖는다.


'노잼이란 무엇인가. 재미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그럼 먼저 재미에 대한 본질부터 알아야겠지?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본다.


<재미>

1.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2.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이나 형편을 이르는 말.

3. 좋은 성과나 보람.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았으니 상대방은 어떠한 뜻의 재미를 썼는지 문맥을 통해 살펴보면 1번이렸다.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 느껴지지 아니하 재미없다, 노잼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출한 것이겠지.

  그럼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 느껴지지 아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사람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그럼 왜 상대방의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았을까? 그가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았거나, 원하는 리액션이 나오지 않았거나 등이 있겠다.

그럼 나는 왜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았거나 리액션을 취하지 않았는가?


1. 내가 모르는 정보이다.

2. 내 나름의 충분한 리액션은 취했을 것이다.




1. 내가 모르는 정보일 경우

  이 경우엔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생소한 분야이거나 내가 평소 관심이 없던 분야의 정보일 확률이 높기 때문. 생소한 분야일 경우, 해당 분야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도리어 역질문했을 것이다.


"그건 제가 잘 모르는/처음 들어보는 건데 어떤 거예요?"


  그럼 노잼의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반면 평소 관심 없는 분야의 경우는 어떨까? 예를 들면 아이돌이나 연예게 소식 같은.


"아. 그렇군요."


  끝.
그렇다. 흔히 말하는 노잼의 상황이 연출된다.

이로써 내가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흘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다.

서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다름에서 오는, 재미의 결이 다른 걸 어떡하랴.


2. 내 나름의 충분한 리액션은 취했을 것이다.

  이건 뭐.. 어쩔 도리가 없지. 난 리액션 자체가 그렇게 강하게 나오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억지 텐션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으니까.

억지 텐션은 나도 힘들고, 상대방에게도 위화감을 심어주기 일쑤니까.

아 이것도 결국 노잼의 향연으로 가는 건가? 결국 노잼은 리액션대한 역치서로 다름에서 오는 것이니라.


  뭐야 그럼 그냥 그 사람이랑 나랑 결이 다른 거네.




  이렇게 전 노잼이에요에 대한 나름의 논리가 완성된다.

내가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거나 리액션에 대한 역치가 다름에서 출발한 것이니라.

그만큼 결이 다른 사람에게 굳이 맞춰주고 싶지도 않다.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맞추다간 어느 하나 탈 나기 쉽다. 탈 나는 대상은 대개 내가 되더라.


  어느 정도 나름의 논리가 완성되는 것 같아 마음의 샘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온다.
그냥 계속 노잼으로 살아가련다.


"밍님 진짜 사람이 왜 이렇게 재미가 없어요?"

"네 맞아요. 저 노잼이에요."

(근데요?)


  어후 근데 내가 봐도 노잼이긴 해.

작가의 이전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