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너는 그러라 그래

설렘으로 무장하라, 아직 나의 때는 오지 않았다

by 새벽뜰
젊었을 때는 일마다 안 풀렸다. 측근들마저 차츰 멀어져 갔다. 그래서 내 인생은 평생 삼재려니 하고 살았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어쩌구 하는 노래는 아예 해당사항 없음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나이 드니까 풀리는구나, 버티기를 잘했다. 예전에 나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랭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는 웃기지 마라. 뱁새도 명색이 새다. 날개가 있다. 왜 걸어서 황새를 따라가냐. 푸헐, 인생 너무 깔보기 없기, 인생은 창조다. 그래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외수, 사랑외전 中>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그래서 상대방과 결혼이란 것을 하고자 마음먹으면 말이다. 아니면 하는 일마다 넘어지고 깨져서 상처 나는 인생 시절이 길어지거나 하면 많은 사람들은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러 간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내 능력이 모자란 탓인지, 진짜 내 운명에 성공이란 목차는 전혀 적히지 않은 탓이지 알고 싶어 한다. 웬만한 사람 모두, 일이 술술 풀려서 꼬이지 않은 삶을 살기란 어려운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구석이 있는 종족이다 보니 세상이란 게 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게만 유독 인색하게 구는 것 같아 보인다. 어쩌면 진실로, 그것이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삼십 대 초, 타로점을 본 적이 있다. 특별히 용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대면도 어려운 분이었다. 무작정 지나던 길에 들렀던지라 일단 기다려 보니 마침 중간에 시간이 좀 빈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딱히 사주를 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맥락이 그런 식으로 돌아갔다. "나랑 비슷한 사주네, 이런 사주가 잘 되면 대박이지." 그 말은 잘 안 되면 시시하게 산다는 말이 되는 건가. 어쩌고저쩌고 잘되는 방법도 알려주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긴 했다. 절에 가서 백팔배를 드려라, 돌아오는 길엔 바로 집으로 가라 등등.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아주 시니컬하게 관심 없는 척, 그래, 그러라 그래, 느낌으로 읽힐지 모르겠지만 난 그때 당시 그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내 인생은 이제 완벽한 꽃길이 되는 건가 하며 기대감에 콧구멍이 벌렁벌렁 했었다. 살만할 때 들으면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소리 같아 콧방귀 뀌겠지만 절박한 사람은 말 한마디에 죽고 살고 하는 법이니까.


백팔배 후 남은 건 근육통에 시달린 두 다리, 집으로 곧 장 들어온 후 남은 건 아침부터 설쳐대 피곤에 널브러진 몸뚱이를 뉘일 수 있다는 사실뿐. 더 이상은 없었다. 내 인생은 여전히 재미없었고 하는 일의 결과도 똑같이 시시하고 싱거웠다. 변화는커녕 한결같이 잔잔해 호수 같았다.

운이라는 게 내 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난 내가 이뤄낸, 감질나지만 값졌던 성과물의 덕은 모두 나의 피 터지는 노력의 결과였을 뿐이라 믿었다. 운이나 재수는 해당사항이 없음이었다고.


운이라는 건 아마도 내 밥그릇에 넘치도록 지나치게 많은 성과를 바랄 때 유난히 더 많이 바라게 되는 것 같다. 확률적으로 봐도 만에 한 명이 될까 말까 하는 일인데도 마치 시작하기만 하면 다 되는 일처럼 보편적인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운이 없다기보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고, 너무 높은 기대를 갖지 않는 것도 운 탓을 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중요한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유명인들의 레퍼토리는 한결같지 않나. 포기하려는데 기회를 잡았다, 버리려는데 발견된 이야기였다. 등등. 다 떠나서 잘 된 사람들의 푸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만만한 인생이란 없다는 말만큼은 명백한 사실이겠지.




난 다만,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한다. 정체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견하다 칭찬하며. 이 모든 것이 과연 운이었을까. 절대 아니, 모두 나의 노력이 수반된 덕분이다. 운은 그저 거들뿐, 내 노력에 가느다란 숟가락 하나 얹었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음을, 오늘도 곧 들이닥칠 설렘을 기대해 본다. 이 마음이야 말로 약간의 운을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