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 가지,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 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마지막 마지막의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中>
감정 기복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아주 심한 사람이라면 희망의 부재는 자주 나타날 것이다. 한결같아 보려 하지만 의미는 다르고 널뛰듯 들쑥날쑥하는 마음이 늘 한결같은 것이다. 희망, 행복, 바람 이러한 종류의 단어가 아주 유치해 보일 때가 있다. 이 단어를 생각하면서 어떡하면 더 다다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체가 시대에서 벗어난 이야기 같은 것이다. 모두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길을 가는데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비포장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인 거다. 설령 유치한 생각과 단어의 조합이라 할지라도 희망엔 듣기만 해도 꿀꿀한 날씨가 화창 해지는 듯 마음이 환해지는 마법이 있다. 오늘은 희망이 너무 없고 내일은 너무 희망적이라 마음이 들뜬다. 왜 중간은 없는 거지. 집에 있거나 가출을 하거나 왜 둘 중 하나인 거지. 외출을 하면 집으로 돌아와야 맞는 거 아닌가. 한 번 나갔다 하면 돌아올 생각을 안 하는구먼. 환장할 노릇이다.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소용이 없었겠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中>
희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똑 부러진 의미에 반해 희망을 가져야 하는 상황은 막연한 경우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까. 좀 괜찮아질까.처럼 명백하지 않고 모호함 투성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발전은 없고 스스로를 좀 먹는 자존감 하락으로 그나마 있던 불빛마저 꺼져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도대체 이건 안 되겠다! 짜증 나고 화나고 억울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 하는 분노와 이러다 정말 내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겹쳐져 마음은 더 호들갑스러워졌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주위를 좀 시끄럽게 해 둔 일이다. 재밌는 예능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속 시원한 사이다 영상을 많이 봤다. 감정은 전염이 된다. 안 좋은 건 아주 잘 되고 좋은 것도 반복하면 잘된다는 걸 알면 분명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캔디 캐릭터를 찾지는 않았고 우지끈 괄괄 털털한 캐릭터를 보며 에너지를 얻었다. 희망을 잃으면 희망을 되찾아야 한다. 강아지가 집을 나가면 찾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희망이니 사랑이니 하는 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반려 감정인 것이다.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 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 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中>
희망을 찾겠답시고 처음부터 너무 높은 설정을 해놓는 건 에러다. 10단계를 시작할게 아니라 0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삼시세끼 다 챙기진 못해도 하루 두 끼는 꼭 챙겨 먹기 라던가. 아파트 단지라도 10분씩 산책 삼아 다녀오기 라던가. 당장 웃을 일이 없어도 예능이라도 보면서 세 번 이상 웃어보기 라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목표치가 너무 높아 이루지 못하면 가까스로 찾아온 희망은 또 가출을 시도한다. 덩치가 클수록 돌아올 시간은 더 많이 걸릴지도 모른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집 안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 보던지, 책장 정리를 하던지, 옷 방 정리를 하던지 하는 것들도 에너지를 환기하는데 도움을 줘 희망을 되찾을 마음이 생기도록 돕는다.
희망이 부재중이라 일상이 행복하지 못했다. 주저 않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원망하거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한탄하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고 좋아하는 라디오를 들었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쓱 닦아냈다. 바삐 움직이고 고픈 배를 채우고 가만히 누워 쉬며 먼지 털어낸 마음을 바라봤다. 가출한 희망이, 돌아온 게 겸연쩍은지 씩- 하고 웃으며 품에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