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마도 부작용이 아닐까 싶어

by 새벽뜰


결혼을 하면서 주거지는 바뀌었다. 평생을 주택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아파트에서 살게 됐을 때, 처음엔 감흥도 없었고 특별히 다르다거나 불편한 점도 없었다. 그렇게 무난히 살아온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어쩔 수 없이 생겨 나는 상황에 의한 불편함이 나타났다. 같은 동에 이사를 간다거나 올 때, 소음이 잘 막아진다 해도 배달 오토바이의 어마 무시하고 박력 있는 소음은 도대체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고요하고 싶은 순간은 의외로 자주 방해받았고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며 잠깐 동안 유유자적을 맛보고 싶은 나의 바람도 처참히 무시당했다. 개인의 집이라기보다, 공동체 주거 공간에 속하는 아파트는, 오호라, 바로 이런 곳이었구나.



차가워진 바람과 함께 손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면서 잊고 살던 핸드크림을 발랐다. 이렇게 또 올 해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면 왜 이렇게 마음은 싱숭생숭한지 모르겠다. 이런 시국에 , 어딜 가든 위험으로부터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며 다녀야 하다니, 정말 말이 안 되는 시대라는 걸. 첫 백신을 맞고 나 역시 가장 흔하다는 부작용을 겪었다. 두통과 가슴통증은 일상을 방해할 정도였지만 결국 시간과 함께 나아져 가긴 했다.


하루의 커피는 유일한 위로가 된다


엄마와 통화는 자주 하는 편이지만 아빠의 전화는 드문드문 이었다. 아기와 베란다에 나가 놀 준비를 하는 중 마침 걸려온 아빠의 전화였다. 곧 두 번째 백신을 맞는 것에 대한 걱정과 함께 며칠 정도 아기와 친정에 와 있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한창 바쁜 남편이라 편하게 시간을 내어 줄 수 없음을 잘 아시는 탓이었다. 새삼스런 안부도 여쭙고 당신의 말씀을 생각해 보겠노라 나 역시 말씀드리는 것으로 통화는 끝났다.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회사에 다니며 직장생활을 하시는 아빠를 나는 참 존경한다. 결혼과 함께 더 애틋하게 생각을 하시는 부모님이었지만 이런 순간이 되면 마음이 더 뭉클해지곤 한다.


건강해지려고 맞는 백신인데 왜 이리 벌벌 떨면서 맞아야 하는지 짜증스럽다. 이런 시국이 된 이유의 그것이 너무 싫다. 왜 자유의지를 제한하고 향하는 발걸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건지 괘씸하고 불쾌한 것이다. 밉다 밉다 하니 미운 짓만 골라한다더니, 물리치려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건방지게 부작용까지 준다고?!


언제 다시 자유로워질 것인가에 대한 의심과 함께, 점점 더 활력과 생기를 잃어가니까. 이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일상에 대한 자유가 다시 도착은 할 것인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모든 부작용은 무서운 것이지만 시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복적으로 좌절되다 보니 아예 포기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된다. 우울과 슬픔의 감정이 너무나 익숙해지는 것, 이 시국과 이 시간이 가져다준 가장 큰 부작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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