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받는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내용과 상관없이 물질적인 무게와는 상관이 없이. 그러나 선물을 준 '사람' 에게서는 마음이나 기분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누구에게 받았나, 누가 나를 기억하고 생각해서 이런 선물을 준비한 걸까. 나에게 직접 준 게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전해받은 선물이라면 마음은 더 모호함에 빠져들고 복잡한 미로가 되어버린 듯 엉키게 된다.
내 생일을 기억해 선물을 준 사람, 나는 그 상대가 나의 대한 감정이 분명히 좋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상대방과 나의 문제로 인하여서가 아니라 상대와 아주 가까운 사람과 나의 관계가 아주 삐딱해져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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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런 나의 논리가 정당해질 수 있는 걸까. 내가 A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그와 가까운 B도 나를 탐탁지 않게 여겨 나를 삐딱하게 보고 있겠지 하는 식.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에 빗대어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고정관념을 피해 가지 못하고 유치한 편 가르기에 맨날 져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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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의 생일을 물었다던 사실을 나는 몰랐다. 사실 알았대도 뭐, 예의상 물었겠지 하며 시니컬한 말투와 표정을 지었겠지. 나는 정말, '고맙다' 한마디만 전송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건강과 안부와 평안을 바란다는, 장황한 말을 메시지로 전송했다. 마음은 짧고 문장은 길어지는 것 중 더 진심에 가까운 건 어느 쪽일까.
가만히 보내 놓고 1이 사라지기 전 돌아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 바쁜 순간에도 나는 고민을 했다. 쓸데없이 긴 답장이 오는 건 아닐까. 불편한 말을 이어 가려한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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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새 메시지 표시가 생겼고 나는 몇 초를 망설였지만 단번에 창을 내려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됐다. 그저 나의 건강을 생각하는 , 한눈에 완벽히 들어오는 짧은 문장이 답장의 전부였다. 열 글자가 되지 않는 , 외워도 충분히 외웠을 그 회신을 보며 더 이상의 답은 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의중과 진심이 과연 무엇인지 나는 아마 알게 되지 않겠지만 혹시 현실의 진실은 내가 알면 불편한 진실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짧은 문장의 의미는 어쩌면 나를 위한 배려 인지도 모르겠다고.
단수가 끝나 갑자기 물길이 트인 수도관처럼 아주 잠깐 눈물이 터졌다. 입술이 삐쭉거려지는 걸 느끼며 얼른 흐트러진 감정들을 쓸어 모았다.
상대방의 진실과는 상관이 없이, 그 시간 내 마음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내 감정의 영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연관성도 없는, 그냥 전해 듣기만 했던 그의 힘들었다던 어떤 지점의 시절들이 이상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