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지 않아도 괜찮아

by 새벽뜰
2022. 7. 24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112page,
3. 우. 리. 는. 숨. 을. 쉰. 다 中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10page,
7. 계단 밑의 방 中




그림 같던 여름 하늘은 너무 맑아 부담스러웠다. 내 민낯이 온전히 드러나는 계절이었다. 비 오는 날의 이별이 편하듯 가을의 하늘이 더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지만 여름을 피할 수는 없어서 용기를 내었다. 마주 앉은자리에선 늘 커다란 창문이 보였고 바깥은 온통 푸르디푸른 여름이었다. 여름 풍경 안에 부지런히 걷는 사람들 틈에서 그를 발견했다. 어떤 날은 계단에 앉아 있었고 어떤 날은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그는 , 뿌리 깊은 나무 같았다.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든 나를 보고 그는 나를 대신해 닫히던 문을 끝까지 잡아 주었다. 고맙다는 내 말에 고개를 까딱이던 그는 부끄럼 타는 사춘기 소년 같았다.
2층 창문가에 친구들과 나란히 기대 서 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를 오랫동안 보았던 그를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날을 기억하면 그에게 더 다정한 눈인사를 해주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
나를 찾더라도 이제 나는 그곳에 없지만 , 그를 찾아도 그곳에 그가 없는 건 똑같으리라. 그 시절, 허름했던 내 마음에 그는 유일하게 반짝이던 것이다.
나를 찾지는 못해도 나를 추억은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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