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연
어느 날 우연히 고백을 받았다고 치자. 하루 이틀 정도는 고백을 받았다는 사실에 어깨가 솟구친다. 내게 고백을 한 사람이 평소 내가 바라 왔던 조건에 거의 부합하는 사람이었다면 어깨가 솟구치는 시간은 조금 더 길어진다. 심심하고 팍팍했던 일상에 단비가 내려 마음은 촉촉해지고 삭막했던 마음 풍경은 울창한 숲 속처럼 활력적이 되고 생명력이 샘솟는다.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었나 싶어서 자존감도 제법 올라갈 거고.
이렇게 청초하고 싱그러운 마음이 오래간다면 참 좋겠지만 서로 간의 생각차, 상대방을 대하고 배려하는 마음씀의 무게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 관계는 서서히 삐걱거리게 된다. 슬프지만 이런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 그에게 받았던 고백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던 게 사실이었나 의심을 하고 그 자리엔 상대를 향한 실망과 욕심이 차곡차곡 들어차 복잡한 심정이 된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자격지심이 발동되는 때이다. 그가 나보다 잘나서 , 가진 게 많아서, 나를 하찮게 생각하는구나 또는 그의 고백은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나는 수많은 남사친 여사친 중 하나에 불과했구나 하며 스스로를 별 것 아닌 사람으로 치부해 자신의 값어치를 깎아먹는 것이다. 언제부터 내 마음에 그가 , 그녀가 주인처럼 살게 되었나. 소통이 안되어도 참고 상대방이 하는 말 모두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건지.
나는 이런 경우의 상황을 많이 봐왔다. 나 역시 연애를 하면서 경험해봤던 상황이다. 빨리 거둬와야 한다. 상대에게 정확한 사인이 있기 전까지 나보다 상대방을 더 사랑하고 아꼈던 마음을 어서 나에게로 다시 되찾아 와야 한다. 상대방의 손짓과 아무 의미 없는 달콤한 사탕발림에 일희일비하는 게 자존심 상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때로는 방치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답이 오면 답을 하되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지 말고. 너는 내 인생에서 아직 그리 중요한 인물은 아니야 하는 뉘앙스도 풍길 줄 알아야 한다. 이런다고 바로 떠나버릴 사람이라면 그냥 보내는 게 낫다. 적어도 콩알만큼의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소통을 하려 한다거나 왜 그래? 하면서 변한 태도의 이유를 물을 테니까.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귀한 마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내 발로 먼저 차는 용기도 필요하다. 왜 사랑을 주지 않냐고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은 대개 자신이 잘났다는 걸 알고 있고 그걸 무기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나는 못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내가 바라 온 이상형의
사람이 좋다 아름답다 수줍어하며 고백한 사람이다. 무려 고백을 받은 사람이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너 잘났더라 인정한 사람이라는 거다. 연애관계든 인간관계든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나는 부디. 좋은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당신이, 부지런히 행복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