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웠다는 말

by 새벽뜰

나는 그립다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날짜를 헤아리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위로 삼아서 이제 더는 볼 수 없겠구나 스스로 덤덤하려 애써온 시간이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는 사실 말이다. 직감이란 게 있다면 나는 그걸 꽤나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막연하지만 아마도 이쯤 언젠가 내 시선과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누군가는 내가 갖는 감정을 두고 서운함이라고 말했고 놀람이라고도 했지만 내가 붙인 내 감정의 진짜 이름은 배신감이었다. 확실히 처음엔 그랬다. 굳이 왜 나에게만, 떠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점 투성이었다. 마지막까지 그는 "다시 또 오게 될 거예요."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켰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내가 다시 찾아갔을 때 시간에 밀려 문 안에 있을 그를 만나지 못했었다는 것만 빼면.


타인의 생각을 판단하거나 재단하지 않으려 늘 나를 붙들고 신중을 가했지만 궁금은 했다. 그의 입장에서 나란 사람은 떠나는 순간까지 나타나지 않는 인물이었을 것이고 그 속에서도 과연 나의 대한 생각은 했는지.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가, 나에게 떠난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에 후회라는 것을 하고는 있을까.

겨우 1년일 뿐이야 라고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틈새 같은 시간은 나를 치열하게 살아가게 만들어 또 성장이란 걸 하게 부추겼다. 그래서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기억 같은 것이었다. 슬플 때 떠오르지 않고 기쁠 때 생각 나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그에게 나의 아픔을 공유한다고 하면 난 그를 타인처럼 느끼게 될 것 같았다. 그만큼 높은 벽이 있었다는 사실을 물론 그때도 알았지만 지금은 더 진하게 느낀다.

그가 나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유를 수많은 생각과 상상으로 엮어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가 않아 졌다. 그냥, 나에겐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생각하게 됐으니까.


많이 그리웠던 사람이라, 아주 오랜만에 많은 날을 설렘으로 치장하며 보내게 했던 뜻밖의 사람이라 아주 깊이, 발이 닿지 않을 만큼 좋아했다 믿었지만. 결국 나는 기쁠 때 더 많이 생각했다. 딱 그만큼이었다고. 내 봄날 같던 사랑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냥 봄바람 같은 것이었다고.

잘 지냈으면 한다.

아직 인연이 남아 우연히 그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흔한 커피 한 잔 하면서 안부를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를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 과한 것이고. 1년 전 그날. 그런 선택을 했던 그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 말이다.


잘, 지냈으면 한다. 서랍 속에 넣어둔 사진처럼.

가끔씩 날 꺼내 기억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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