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지만,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지기만 할 뿐, 잊히지는 않는 추억이 나에게도 있다. 옛사랑이라고 불러야 마땅할까. 어쨌든 한 때, 내 시절에 포함되어있던 사람.
결혼을 하고 이런 옛사랑을 추억하면서 글로 적어 내려가자니 내가 굉장히 많은 세월을 살아온, 흰머리 송송 솟아난 호호 할머니가 된 기분이다.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서로가 첫사랑은 아니었기에 아주 가끔씩 이런 옛 연애 이야기를 우스갯 말로 나눌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짓궂게 웃었다.
20대 한 시절을 함께했던 그 사람, 가장 좋은 점은 통하는 게 많았다는 것, 그리고 감성이 비슷하다는 것, 글을 쓰는 건 영원하다면서 제쳐두고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고도 싶었던 때라서 자주 이름을 지어보곤 했다.
하얀 지붕, 나비 한 마리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그 날들엔 왜 이 타이틀이 그리도 마음에 꽉 차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로 만족하며 그리하자던, 지키지도 못 할 약속들을 참 많이도 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 그와 재회할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인연이 닿게 되지가 않았던 걸 보면 그와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구나 싶은 것이다. 이뤄져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하면 그저 추억으로 굳어져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더 아름다운 관계도 있는 모양이라고.
난 이제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와는 내 추억 속에서만 재회를 하게 될 테다. 잘 지내고 있겠지.
겨우, 이제야 하게 되는 말,
고마웠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