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에 끌린 듯이 극단에 들어왔을 땐, 기대가 큰 만큼 두려움도 컸다. 연극이라고 말만 들어봤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생아 수준의 내가 아는 거라곤 관객을 앞에 두고 라이브로 하는 공연, 정도의 정의뿐이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우선 집에서 극단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집 앞에 오지 않아 늘 20분 정도 버스가 오는 곳으로 걸어가야 했고 거기서도 끝이 아니라 중간에 환승을 한 번 더 해야만 극단에 도착이 가능했다. 거기다 처음부터 바로 대본을 숙지하며 공연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운동과 체조처럼 몸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준비를 먼저 시작했고 계속적으로 체력 단련을 꾸준히 해야 했다. 그래서 몸이 굉장히 고단했다. 오전 10시 즈음을 기점으로 극단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몸을 푼다.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극단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온 몸은 땀으로 범벅됐고 정신은 반쯤 가출을 했다.
특히 아크로바틱은 나로 하여금 모든 기대를 저버리고 싶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힘들었다. 옆돌기, 물구나무서는 공포스럽기까지 했고 계속하면 보니 팔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적응하기까지는 한 달여 즈음 시간이 걸렸다. 오전 시간을 신체활동에 온전히 쏟아붓고 나면 오후에야 겨우 글을 읽을 수가 있었다.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말이 잘 들리도록 하고 말 끝이 떨어지면 안 되고 는 식의 연습을 하는 것이었는데 난 이 말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글 한 줄 읽어 넘기기가 힘들었고 어쩌다 한 줄이 넘어가면 시간은 한 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 있었다.
신호등처럼 걸리는 내 말이 답답해서 , 자꾸만 "다시"를 남발하는 연출님 때문에 속도 많이 상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휴식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큰 위안이었다.
종이 위, 빼곡히 적힌 나의 필기 흔적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 잡곤 했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지 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난 이제 겨우 한 발짝 움직인 거니까. 좋은 시절의 시작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