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마주하던 날

by 새벽뜰

철 지난 드라마를 보다가 눈치도 없이 옛 기억에 발목이 잡혔다. 발목이 잡힌 것도 모자라 마음까지 도난당해서 기분이 엉거주춤해진 밤이 됐다. 이미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인데 다만 추억이라는 맹랑한 것 하나만 남아서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옛 시간과 조우하고 보니 너무 많이 사랑했던 나를 마주하게 됐다. 이젠 볼 수 없고 마주할 수 없는 시간 속에 머물러서 ,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이래서 추억이란 게 무섭다고 하나보다. 내가 행복하든 아니든 사실과는 무관하게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불쑥 나타나곤 하니까. 그리움 앞에선 많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될 만큼 무기력해진다.


마주하고 보니, 난 너무 웃기만 했었구나 싶다. 이젠 볼 수 없고 봐야 할 이유도 없으며 그저 기억되기만을 바라는, 너무 사랑하던 날,


여전히 내겐, 다시없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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