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자정의 라디오 <유희열의 음악도시>

by 새벽뜰

나를 완성해준 감성과 서정은 중학교 시절 라디오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라디오에 푹 빠졌을 때가 중학교 3학년, "유희열의 음악도시"를 들으면서부터다. 어린 마음에 라디오는 너무나 신선한 것이었고 가장 나를 숨 막히도록 짜릿하게 만든 건 라디오 매뉴얼 중에 있던 청취자 사연 소개 코너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해피타임"이었던 것 같고 매주 금요일 3,4부에 방송했던 것 같다. 모두가 어른들의 이야기였지만 난 하나도 지루하거나 이해 못해 아등바등하는 부분이 없었다.



세상엔 이렇게 감성적이고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런 생각으로 꽉 차게 됐다. 좀 벗어난 얘기지만 그때 처음으로 유희열이란 사람을 알았고 토이라는 가수를 알았다. 그날 이후로 라디오 광팬이 된 건 물론이고 용돈이 생길 때마다 토이 음반을 꼬박꼬박 구매했다. 동네에 작은 레코드 음반 가게까지 오픈했던 시절이라 새 음반이 나오면 예약해서 사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때의 난 짝사랑하던 동네 오빠가 나에게 고백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마음으로 매일 라디오를 들었다. 상상하기 힘들 만큼 좋았다. 그때부터 새벽의 감성을 사랑하게 됐고 글을 좋아하고 책을 더 가까이 두게 됐던 것 같다.

듣는 게 많다 보니 가지에 가지를 쳐서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감수성이 차곡차곡 쌓여 갔던 거다. 낭만이라는 게 때로는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그런 게 없으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 불면으로 밤을 보내던 아주 오래전 날들도 라디오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스르르 자연스레 눈이 감겨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요즘엔 시간이 없어 듣지 못하지만 여전히 가끔씩 접하면 눈물이 날 만큼 충만해지는 낭만과 감성에 흥분이 되어 미쳐버릴 지경이다.



새벽의 파장은 위대하다.








keyword
이전 06화#6. 사랑을 말하다 <성시경의 푸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