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가 보면 왜 하필 나에게?라는 질문이 나올법한 사건이 있다. 누구에게는 사건이고 누구에게는 그저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겠지만 감정이란 게 우스워서 사람을 봐가면서 우롱을 한다. 나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너무나 완벽해서 입이 딱 벌어지는 말이다. 내 인생은 하나부터 열까지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는데 왜 저들은 노력도 없이 너무 쉽게 일을 해내며 성공을 향해가는 것인가, 나는 그 사실을 멀리서나마 보고, 듣고, 알게 됐을 때 억울함을 토로할 맨홀 같은 곳을 찾아 헤맸고 가슴에 블랙홀처럼 커져버린 구멍을 메워줄 실과 바늘 같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사람들은 나의 첫인상을 두고 한결같이 말했다.
"서정적이고 조용한 타입이지, 차분하고 말이야"
과연 그럴까, 의심을 하는 건 나밖에 없는 눈치였다. 내 안엔 굉장히 뜨거워 터질 듯한 정열이 있는데 정작 알아보는 사람은 적었다. 그 사실이 섭섭하다거나 쓸쓸한 것이 아니라 답답했고 갑갑했다. 마치 나를 그 말 안에 가득히 채워 넣어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내가 나인 것을 부인하지는 못한 채로 살아왔던 건 어차피 그들이 봤던 나조차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은 맞지만 성격이 없어 보이지는 않은데요? 고집도 세고, 할 말은 해야 하는 타입 맞죠?"
처음 그 말을 들은 난, 도대체 이 사람은 뭐지? 했었다. 나를 꿰뚫는듯한 말투와 억양과 그리고 진정한 나를 알아봐 준다는 생각에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해진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누군가들이 내게 해주었던, 힘들었던 나의 시절에 들어와 한마디 속삭여 주던 말들이 새싹처럼 마음에서 자란다. 혼자 하는 생각은 케케묵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고인 물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거기에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더 보태어져서 좋은 효력을 얹어 발휘되는 순간이 오면 마음이 한결 회복되는 느낌이 된다. 나는 그것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처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늘, 적당히가 힘들어 탈이 나지만 본인이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타인의 말을 경청해보면 답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에 순환이 필요하고 트임이 필요하니까. 그 시간들은 굉장히 값지고 새로운 마음의 옷을 입도록 도와주는 좋은 날이 되었다. 점점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다. 조용한 시간의 힘, 누군가들의 말들이 내게 빛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