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힘든 관계는 인간관계가 아닐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것과, 안다고 하더라도 그의 마음에 맞도록 움직여줘야 하는지 갈등이 생기는 것, 항상 갈등을 하니까. 사람은 아닌 듯하면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적어도 눈길이 가도록 만들어졌다. 그 사람이 이성이라면 곧 호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짙어지는 것이고 동성이라면 친해지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 일파만파 퍼지기도 한다.
그는 나와 참 다른 사람이었다. 성격은 당연하고 내부든 외부든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나와는 판이하게 달라 텐션 자체부터가 차이가 나는 사람이었다. 당시 극단에서 일 년에 한 번씩 개최되던 페스티벌 축제가 있었는데 매년마다 초청되어 축하공연을 해주던 타 지역 극단의 배우였다. 색깔이 다르다 보니 섞이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한 호기심은 끊이지 않았다. 공연만 끝이 나면 다시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사람이어서 내겐 친해질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나는 모처럼 초조한 마음이 되어서 바짝바짝 입술이 탈 지경이었다. 하도 친해지고 싶다고 바라 와서 인지, 마지막 공연이 끝난 날, 극단에서 회식을 한다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참석했고 우연히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나랑 같은 성격보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같아 버리면 배울 것도 없을 것 같고 솔직히 많이 싸울 것 같아, 색깔이 다르면 호감이지"
첫 잔을 기울이고 난 후, 그가 던진 매력 있는 사람의 정의가 쏟아져 나왔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마치 해묵은 체기가 쑥 내려간 듯 너무나 속이 시원해졌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마도 활짝 웃었던 듯하다. 나의 고정관념을 깨부숴준 그의 한 마디가 내게는 큰 자양분이 됐단 말이다. 콤플렉스에 가득 차 있던 내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조금씩 생기를 되찾아 간다는 것, 무엇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나에게 몹시도 호감으로 작용한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다가가 친해져 보고 상처도 덜 받을 수 있는 보호막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