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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뜰 Jul 04. 2021

03. you've got mail


내가 많이 듣던 말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내 주위에 나를 닮은 유형의 사람들은 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말을 잘하다가도 갑자기 퓨즈가

나가버린 것처럼 말 문이 턱 하고 막힌다. 그것이 성격상의 약점이고 본인의 콤플렉스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류의 말은 어느 정도 친해져 거리가 좁혀졌을 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친해졌으니 좀 막 말해도 괜찮지?" 하는 식으로 돌려 말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오전 11시>는 한 여자가 나체로 커다란 창문 앞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으니 표정은 알 수가 없고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이 즐겁지는 않다는 것을 분위기로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보고 내가 처음 느낀 단어는 "고립"이었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사는 모습, 그리고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말로 대체가 가능할법한 단어다. 필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 그것을 감내하기 위한 수단, 아니면 슬픔을 이겨내지 못한 감정을 어쩌지 못해 와인을 마시고 나체의 몸으로 덩그러니 조각상처럼 굳어버린 것인지도.




그림 속의 여자가 사물에게 상처 받은 것은 아닐 테니까,

사람들은 그냥 흘리듯 하는 말에 나처럼 소심하기 짝이 없고 말 한마디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에겐 배려가 필요하다. 예민한 사람의 특징은 그만큼 타인을 잘 배려한다는 것이고, 예민하고 소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소중히 귀하게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며, 진중하고 신중하여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위로를 기대해보라. 누구보다 따뜻하고 진실된, 사탕발림 아닌 진정성 가득한 위안을 선물해 줄 것이다.





사진출처 - naver  blog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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