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비활동적, 소심쟁이,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로 통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도 못해서 특정 장소가 바뀌는 상황이 오면 매번 힘들었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나는 꽤나 활동적이고 포부가 큰 사람으로 바뀌어는 갔지만 본래 성향이라는 건 사실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나의 색깔은 여전히 희미한 그대로였다.
연애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서로 눈치만 보다가 아니면 줄기차게 썸만 타다가 끝나는 싱거운 관계가 많았다. 내가 좋아하던 상대들은 나와는 다른 부류가 많았는데 예를 들면 눈에 띄는 리더십을 가졌다거나 냉랭한 기운이 흐른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보면 친절하다거나 하는 식의 사람들이었다. 웃음이 많다거나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 거라면 내 성격상 좀 더 수월하게 다가가 사이를 좁힐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게 비껴가니까 말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는 못했지만 그건 오로지 혼자만의 마음이어서 실행엔 못 미쳤고 차별받는 순간이나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할 말은 넘치는데 꺼내는 건 반의 반도 못 되었다. 내 마음엔 늘 갈증이 있었다.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을 만나 나와 같아지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갈증. 이렇게 말하고 나니 마치 내가 나를 굉장히 경멸하고 미워하는 이미지가 생기지만 단연코 그건 아니었다. 다만 난 스스로를 좀 동정했던 것 같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자신을 돌보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으니까. 난 강해지고 싶었고 배짱을 키우고 싶었다는 게 어울릴 것 같다.
시간이 많이 흘러 되돌아보니 그런 건 타인에게 배우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습득해 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나고 나를 지켜야 하는 살아남는 상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배워가게 되는 것 같았다. 사실 가장 좋은 건 본연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걸 너무 못해줘 나에게 내가 많이 미안하다. 결국 많이 부딪히고 상처가 나봐야 내가 나인 것을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싶었다. 속성으로 배우는 왕도의 길은 없구나 싶어서다.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그들도 결핍된 부분이 많고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있던 구질구질한 면을 오히려 갖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쓸데없이 감상적이고 눈물이 흔해 빠져 흐르는 모습이라던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을 부러워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비록 당사자에겐 모두 바꿔버리고 싶은 속상한 구석이라도 말이다. 자신을 좀 사랑해야겠지, 부러움도 정도껏 하고. 늘 치열하게 수고하며 사는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