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메밀꽃의 하루하루

지리산 매밀꽃의 하루하루 1편 - 혼자도 됩니까? 지리산 실상사 입구에

by 루담

지리산 메밀꽃의 하루하루

1편 - 혼자도 됩니까?

지리산 실상사 입구에 자리한 '지리산 매밀꽃' 식당.
1층짜리 건물, 별다를 것 없는 외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녀간 사람들은 다시 온다. 이 동네에선 제법 알려진 명물이고, 메뉴는 냉소바와 돈가스, 생선가스. 단출하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나는 사장 아줌마의 친구로, 주말마다 가게 일을 거든다. 말이 도우미지, 실은 손님들 구경하며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아줌마는 나이에 비해 기운이 넘치고, 짧은 머리에 은색인지 금색인지 모를 색으로 염색을 해놨다.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한다. 욕은 좀 하신다. 아니, 많이 하신다.

그날은 평일 오후. 식당이 한산해질 무렵,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가 살짝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혼자도... 됩니까?"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

아줌마는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씨부럴, 혼자면 어때! 들어와서 앉어! 돈가스도 있고 냉소바도 있고 다 있어!"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안쪽 자리에 앉았다. 냉소바를 주문하고, 메뉴판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창밖을 바라보는 눈빛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잠시 후, 아줌마가 주방에서 그릇을 들고 나왔다.
"자, 냉소바 나왔어! 배고플 땐 혼자 먹는 게 제일 맛있다니까."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젓가락을 들었다. 면발을 후루룩, 천천히, 신중하게. 그릇이 비워질수록 그의 표정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식사를 마친 그는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계산대로 다가왔다.

"맛있게 먹었어?" 아줌마가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4년 전에 여기서 냉소바 먹었거든요.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그땐 둘이었는데… 오늘은 혼자이고 싶어서요. 그래서 또 왔어요."

아줌마는 피식 웃더니 한마디 던진다.
"그놈의 맛이 뭐라고 또 왔대? 에이 씨부럴, 고맙네 진짜."

그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돌아보진 않았지만, 문이 닫히기 전까지 그의 어깨는 이상하게도 가벼워 보였다.

나는 창밖으로 그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다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또 가는 걸까. 그놈의 냉소바 맛이 뭐길래… 하긴, 나도 먹어보면 맛있긴 하다.

그리고 우리 아줌마는 그렇게 욕을 퍼부으면서도, 다음 그릇을 누구보다 조심스레 닦는다.
말은 험하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사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랍 속 글 39편 꺼냈더니, 구독자가 3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