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메밀꽃의 하루하루

3편 화분 농사 대소동

by 루담

가게 입구 오른쪽, 원래는 재떨이나 두던 자리에 요즘은 화분이 나란히 놓여 있다. 딱히 꽃집처럼 예쁘게 정리된 것도 아니고, 대충 여기저기서 얻어온 화분들. 그런데 어쩐지 그게 또 정겹다.

“나 고수 심었어. 요리할 때 쓰려고.”

아줌마가 자랑스럽게 말하던 날이 기억난다. 그날 이후 고수, 상추, 쑥갓, 심지어 토마토까지 화분에 하나둘 추가되기 시작했다.

“저건 왜 벌써 시들어?” 내가 물으면,

“씨부럴, 물을 줘야지. 나도 바쁘다고!” 하면서도 저녁이면 슬쩍 물뿌리개를 든다.

사실 아줌마는 성질이 급하다. 심어놓고 이틀 만에 쑥쑥 자라길 기대하고, 안 자라면 화를 낸다. "이 놈은 왜 이렇게 게으르냐"며 고수 화분을 노려보는 건 기본.

“나 이거 키워서 손님들한테 직접 따서 얹어줄 거야. 고수 좋아하는 사람은 미쳐. 알지?”

“아줌마, 그거 말고 깻잎이 더 낫지 않아요?”

“에이 씨부럴, 깻잎은 어딜 가도 있어. 고수는 특별하단 말이야.”

며칠 전에는 화분 사이에 나무젓가락을 세워서 이름표도 달아놨다. ‘고수 1’, ‘상추 A’, ‘실패작’... 하나는 진짜로 ‘실패작’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느 날, 손님 한 명이 테라스 화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직접 키우시는 거예요? 정이 가네요.”

아줌마는 들은 체도 안 하는 척하다가,
“그럼요. 바쁜 와중에도 내가 얼마나 신경 쓰는데.”
그 말에 내가 웃었다.

화분은 아직도 어수선하고, 고수는 영 크기가 안 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리엔 자꾸 사람들이 시선을 준다.

오늘도 아줌마는 소바 삶다가 중간에 나와 화분을 훑어본다. 그러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좀만 더 크면 딱인데… 씨부럴, 손님한테 딱 얹어주면 멋있을 텐데.”

말은 그렇게 해도, 눈은 제법 정성스러워 보인다.
욕도 하고, 잊기도 하고, 또 물도 주고.

우리 가게의 화분 농사는 그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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