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메밀꽃의 하루하루

5편 창가 자리에 앉은 청년

by 루담

여름의 끝자락, 오후 늦게 흐린 구름 사이로 간간이 빛이 스며들던 날이었다. 손님들로 북적이던 점심시간이 지나고 잠시 숨 고르던 시간, 문이 조용히 열렸다.

검정 백팩을 맨 청년 하나가 들어왔다. 말없이 자리를 둘러보다가 홀 안 가장 조용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사실 오후엔 볕이 들지 않지만, 혼자 온 손님들은 마치 익숙하다는 듯, 말없이 그 자리를 고른다. 혼자 온 손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 오는 손님들은 웬일인지 스스로 조용한 자리를 잘 찾아 앉게 되는 것 같다.

“그 자리 한적해서 좋아요, 조용히 앉기엔 딱이죠.”

아줌마는 그에게 조용히 메뉴판을 건네며 말을 건넸다. 청년은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온소바 하나를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냉소바, 온소바, 돈가스, 생선가스, 비빔소바, 들기름소바, 오코노미야끼, 새우튀김까지 다양한 메뉴가 빼곡했지만, 그는 가장 단순하고 따뜻한 걸 골랐다.

주방 쪽에서 그걸 본 아줌마는 익숙한 톤으로 혼잣말처럼 한마디 흘렸다. “씨부럴, 혼자 와가꼬 온소바 하나 시킨 거 보이, 청승맞게 왜 저리 쳐졌노잉.” 그 말에 직원 하나가 피식 웃었고, 잠시 후 식당 안엔 다시 조용한 공기가 흘렀다. 하지만 우리 아줌마는 그런 청승맞은 놈 하나쯤은 어떻게든 웃게 만드는 시꺼먼 입담을 가졌다. 그 청년도 결국, 한 그릇 다 비운 뒤 밝은 미소로 문을 나서게 될것이다 .

주방에서는 익숙한 소리로 국물이 끓었고, 따뜻한 온소바가 청년 앞에 놓였다. 그는 말없이 먹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듯.

계산을 마친 그는, 자리에 조그만 메모를 남겼다. 손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덕에 오늘 마음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따로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혼자 오는 손님들은 어느새 익숙하게 조용한 자리를 스스로 찾아 앉았고, 우리는 그 자리에 작은 손글씨 응원 쪽지를 살짝 얹어두곤 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식당이라는 공간 안에선 위로가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리산메밀꽃의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