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우연

by 루담

길 위의 우연

비가 그친 오후,
횡단보도 앞에 나란히 섰다.
나는 우산을 접고 있었고,
그 사람은 이어폰을 빼고 있었다.

초록불이 켜지기까지
10초쯤 남았을 때,
우리는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짧게 눈이 마주쳤다.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저 걷는 일이 전부였던 그날,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와
같은 리듬으로 길을 건넜다.

그런 날도 있다.
누구와도 닿지 않은 하루 속에서
아주 짧게, 마음이 스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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