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속삭임

비에 젖은 마음 하나쯤

by 루담

“괜찮아?”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대답했다.
“응, 그냥… 좀 조용했으면 해.”


비가 내리는 날은, 마음도 눅눅해진다.
밖은 시끄러운데,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생각은 많고, 말은 없고, 숨은 짧다.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 사람을 보면
괜히 안쓰럽다가,
어쩌면 나도 우산 없이 걷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들리는 빗소리.
똑같은 소리인데,
매번 다르게 들리는 건 왜일까.
오늘은 왠지, "그만해도 괜찮다"는 말 같았다.

그 말이 듣고 싶어서
나는 창을 열었다.
조금 젖더라도 괜찮다고,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쯤은 그렇게 젖어도 된다고.

비는 묻지도 않고,
위로하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적신다.

그러니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그냥 그렇게 비에 젖은 마음 하나쯤
창가에 걸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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