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그립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늘 마음속 어느 골목 끝에 있는
어머니 집에 도착한다.
기억 저편의 오래된 집.
처마 밑에 달린 양철 빗통에서
뚜둑뚜둑, 물방울이 뛰어내린다.
마당은 젖었고
빨랫줄엔 비에 젖은 천이 조용히 흔들린다.
어디선가 된장국 끓는 냄새가
비 냄새 사이로 퍼져온다.
문을 열면,
어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손은 바쁘고, 말은 없고,
눈은 참 따뜻하다.
“왔나.”
그 한마디에 마음이 녹는다.
그 어떤 시끄러운 위로보다
단단하고 부드럽다.
비 오는 날이면
그 집이 그립다.
비에 젖은 장독대,
젖은 슬리퍼,
그리고 늘 조용한 안방.
그 자리에,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처럼
무릎을 꿇고 앉는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세상은 잠시 멈춘다.
그리고 마음은
그 오래된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