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참 좋다.
젊은 것들은 비 오면 축축하다며 찡그리지만
나는 말이야…
이런 날이, 참 좋다.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자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진다.
젊을 땐 몰랐지.
우산 없이 뛰고, 바지 젖었다고 투덜대고…
그랬던 날들도 있었어.
근데 말이야,
살다 보니까 이런 날이 고마운 날이 되더라.
일도 없고, 약속도 없고,
그냥 마루에 앉아 빗소리 듣는 하루.
내 나이쯤 되면
조용한 게 제일 큰 위로야.
아무도 찾지 않아도,
그게 꼭 외로운 건 아니거든.
비가 오는 날엔,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세상이 조금은 늦게 가는 것 같아.
그게 참… 좋아.
따뜻한 보리차 한 잔 따라놓고
젖은 마당 한번 쳐다보고,
저기 고추잠자리 날다 젖은 거 보고,
그러다 졸고.
그래, 오늘은 그냥,
비나 좀 보자꾸나.
그거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