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먼저 생각나더라
투덜대면서도
나는 괜히
창문을 한 번 더 열어본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금세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이 없어진 지,
해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이젠 세는 것도 그만뒀다.
근데 이상하게,
비 오는 날엔 꼭 생각나.
같이 우산을 썼던 날도 아닌데
같이 여행을 간 날도 아닌데.
그냥…
그 사람 눈빛이,
비랑 닮았거든.
조용한데,
참 따뜻하고.
대답 대신 손을 꼭 잡아주던 사람.
화를 내도, 소리 한번 안 높였던 사람.
그런 사람이
이제는 내 옆에 없다는 게,
비 오는 날엔 괜히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밥도 그냥 대충 차리고,
소파에 앉아 창밖만 본다.
“자네도… 잘 있겠지?”
이런 말도 혼잣말이 된다.
그리고 그 말 끝에,
나는 또 조용히
차 한 잔 따라 놓는다.
이젠 대화가 없어서 조용한 게 아니라,
마음속 대화가 많아서 조용하다.
비는 그런 거다.
그리움을 크게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