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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엔 대답이 없다

고요한 빗소리를 듣는다.

by 루담

“대답 없는 게,
꼭 외면은 아니더라.”


오늘 같은 날엔
괜히 말 걸고 싶다.
“잘 지내냐”,
“나는 이만하면 괜찮다”,
“그때는 미안했다” 같은 말.

근데
비는 늘 그렇듯
아무 대답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말을 건다.
혼잣말이든,
하늘을 향한 마음이든.

젊었을 땐
대답 없는 것에 화도 났다.
왜 이리 조용하냐고,
왜 나 혼자냐고.

근데 이제는 안다.
세상엔 조용히 안아주는 것도 있더라.
소리만 있으면서도
위로가 되는 존재.

빗소리가 그렇다.

사람은 가고
시간은 흐르고
삶은 조용히 늙어가는데,

이 빗소리 하나가
말 대신 마음을 받아준다.

대답은 없지만,
느낌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 고요한 빗소리를 듣는다.

그게 내 하루의 기도이자,
고백이고,
살아 있다는 작은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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