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안의 꽃이 피는 걸
아니더라고.”
비가 온다고 해서
모든 게 멈추는 건 아니다.
빗속에서도
잔디는 자라고,
고추꽃은 핀다.
물기 머금은 꽃잎은
햇살 아래보다 더 반짝이기도 한다.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하다.
젊을 땐
좋을 때만, 맑을 때만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살고 보니
비 오는 날에야
진짜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
젖은 신발을 말리며
속상했던 말을 곱씹고,
창밖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은 그 사이 자란다.
조용히, 아주 작게.
그러니까,
비 오는 날이라고
모든 걸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자신 안의 꽃이 피는 걸
가만히 기다리면 되는 거다.
누구도 보지 않아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비 오는 날에도 꽃은 핀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