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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메밀꽃의 하루하루

10편 – 싫어 하면서도 다 해주는 사람

by 루담

우리 아줌마는

애들 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들이랑 오는 어른들”을 싫어한다.

그날도 그랬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한낮,

어린아이 셋을 데리고 온 가족이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조용했지만

물 한 모금, 반찬 하나 올리기도 전에

애들은 천방지축 식당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젓가락을 휘두르고

유리창에 코를 대고

비닐 장화는 바닥에 쿵쿵 소리를 냈다.

아줌마는 조용히 국자를 놓고

나지막이 말했다.

> “씨부럴… 식당이 놀이터가 아이가.”

그 말투는 분명 짜증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손에 들린 건 계란찜 하나였다.

잠시 뒤엔

아이들 앞에 나란히 종이컵이 놓이고,

작은 물티슈 봉지랑

앉아 먹으라며 꺼내준 사탕 두 개가

테이블 끝에 올라갔다.

나는 조용히 웃었다.

아줌마는 정색하면서도 다 챙겨주는 사람이다.

“다시는 데리고 오지 마소.

오늘만 특별히 주는 기다.”

그 말 뒤엔 늘,

뭔가 한 개씩 더 얹어진다.

한 숟가락, 한 장, 한 마디.

식당은 다시 조금 시끄러웠고

아줌마는 끝내

된장국 간을 세 번이나 다시 봤다.

그날 아이들이 돌아간 뒤,

아줌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그래도 애들이 저렇게 밝게 크면 좋은 기지 뭐...

> 근데, 진짜 다음부턴 데리고 오지 마라 씨부럴...”

나는 조용히 그 말을 적었다.

이 식당의 정은

그렇게 툭 던져진 말 사이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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