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 창가에 앉은 사람
원래 내가 앉던 곳이었다.
창이 있는, 볕이 드는,
식당에서 가장 조용하고 맑은 자리.
그런데 그날은
내가 주방에 있는 사이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온소바 그릇 앞에 두고
천천히 젓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하던 사람.
나는 조리대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국물은 식고 있었고,
그는 먹는 것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어 보였다.
사장님은 국물 간을 보다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씨부럴…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저러고 있지?
온소바 다 식는다, 아주 그냥.”
툭 던지듯 한마디였지만,
그 안엔
그 사람을 신경 쓰고 있다는 마음이
묘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오래, 그 사람을 바라봤다.
누군가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걸
이렇게 오래 본 건 처음이었다.
창가라는 건
바라보는 자리인 줄만 알았는데
그날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내가 주방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일어난 자리엔
작은 종이컵 뚜껑 하나가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볼펜으로 작게 적힌 글씨 하나.
“여기, 따뜻하네요.”
나는 뚜껑을 조용히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국물이 다 식은 그 자리엔
햇빛이 조금 더 길게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