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이 없어졌다
비가 오고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사이로, 오래된 재즈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식어버린 레몬차 두 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컵의 입술 자국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 말, 다시는 하지 마.”
그녀는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늘 말이 많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아니, 우리 둘 사이에 더는 할 말이 남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그녀가 좋아하던 레몬차는 이제 식어 있었다.
마치, 우리 사이도 천천히 식어가고 있던 것처럼.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말이 없다는 건,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2편 - “그날, 우산을 들고 뛰어간 건…”
43년 전, 축제 끝 무렵.
누군가를 위해 비를 뚫고 달려간 기억.
그 우산 한 자락 아래, 시작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