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기억
1979년 봄,
축제의 열기 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주인공이었다.
노란색 플레어스커트, 길게 땋은 머리, 그리고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말투.
누구에게나 친절했지만, 쉽게 가까워지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터졌다.
쏟아지는 장대비.
모두들 우산을 펴고 뛰어가던 그때,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던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말없이 비를 바라보던 모습이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내 몸은 이미 젖어 있었지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으로 달려가 우산 하나를 샀다.
그리고, 다시 그녀 앞에 섰다.
“이거 써요.”
그녀는 놀란 듯 내 얼굴을 바라보았고,
짧은 침묵 끝에,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우리는 캠퍼스 어귀를 함께 걸었고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자주 웃었다.
그 웃음 속에 내가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독감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는 병실로 귤 한 봉지를 들고 찾아왔다.
“레몬차 대신… 비타민 C 보충이에요.”
나는 그 순간, 이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내 첫 번째 ‘비 오는 날의 기억’이었다.
3편 - 활주로, 그 시절 생음악 감상실의 밤
한 장의 쪽지, 신청곡, 그리고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던 ‘You Needed Me’.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던 순간, 나는 그 노래의 의미를 처음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