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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 활주로, 한 장의 쪽지와 그녀의 눈빛

"You needed me."

by 루담

3편 - 활주로, 한 장의 쪽지와 그녀의 눈빛

1979년 어느 여름밤,
우리는 광주 시내 '활주로'라는 생음악 감상실에 앉아 있었다.
시내에서 제법 이름난 곳.
테이블 위에는 생맥주 한 잔, 그리고 레몬티가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음악 신청은 종이쪽지에 적어서 무대 옆 작은 바구니에 넣는 방식.
그녀는 조용히 한 곡을 적었다.

“You Needed Me – Anne Murray”
나는 그 노래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잠시 후, 감상실 안이 잔잔해졌다.
조명이 흐려지고,
피아노 전주가 흘러나왔다.


I cried a tear, you wiped it dry…
You needed me.


그녀는 잔을 잡은 채, 노랫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나는 그제야, 그녀의 표정에서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아직 남은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그 노래에 자신을 담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나에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

그날 밤, 우리는 말이 적었다.
음악이 모든 걸 말해주는 밤이었다.

나는 나중에서야,
그 노래 가사의 마지막 문장이
"You needed me."
라는 걸 천천히 이해하게 되었다.

�️ 다음 편 예고

4편 - 여름의 끝에서, 우리는 침묵으로 걸었다
레몬티도 식고, 활주로의 마지막 곡이 흐르던 날.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그날의 엔딩곡은, 진짜 끝을 알려주는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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