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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우리의 영원한 이별이 담겨 있었는지도

by 루담

4편 -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활주로에서의 밤은 늘 음악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마지막 곡은,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라디오에서, 음악감상실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노래가 흐르면 우리는 알고 있었다.
문 닫을 시간이구나.
그리고…
이제 헤어져야 하는구나.

그날도 그랬다.
You Needed Me가 끝나고,
우리는 말없이 잔을 다 비우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밖엔 여름 소나기가 그쳤고
물기 어린 골목이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반짝였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그냥 조용히 갈게요."
나는 따라 걷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그게 그날의 대답이었다.

가게 안에서 엔딩곡이 흘러나왔다.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그 노래는 늘 들었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가슴 한가운데
비를 남기고 지나갔다.

그녀가 남기고 간 잔,
식어버린 레몬티의 향기 속엔
아마도 우리의 영원한 이별이 담겨 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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