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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딸들 3

3화: 마을의 균열

by 루담

3화: 마을의 균열

하늘이 어두웠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도 마을 전체에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식당 앞 메밀꽃밭 위로, 바람이 한 줄기 휘돌았다.

"오늘 날씨가 이상하네…"

루담은 문득 몸이 으슬으슬한 느낌에 어깨를 움츠렸다.

� 낯선 방문자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식당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낯선 남자가 들어섰다. 말끔한 셔츠에 가방을 멘, 도시 사람 냄새.

"실례합니다. 혹시 식사되나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예리했다.

"지금은 식사 끝났는데요. 국수 하나는 돼요."

루담은 자연스럽게 응대했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저는 문화재청 소속 문석중입니다. 근처 유적지 조사차 왔습니다."

‘문화재청이라…’

루담은 속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 국수 위의 기운

문석중은 국수를 받아 들고 조용히 한 젓가락 떠먹었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이 국물, 이상하군요."

"어디가 이상하단 건가요?"

루담은 짐짓 모른 척했다.

"기억이 납니다. 아주 오래전,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그때 들었던 어떤 이야기도… 이상하게 선명해져요."

그의 말투에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무언가를 확인한 사람의 확신이 묻어났다.

"이 근처에 옛 신화 전승지나, 샘물 같은 거… 혹시 있습니까?"

문석중의 질문은 너무 날카로웠다.

"글쎄요. 그런 건 잘 모르겠네요."

루담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 백구의 경계

그 순간, 백구가 식당 뒤에서 쌍소리를 내듯 짖기 시작했다.

백구는 평소와 달리 잇몸이 보이도록 이빨을 드러냈다.

문석중이 백구 쪽을 쳐다보자, 개는 발톱으로 땅을 긁으며 울부짖었다.

"개가 저를 싫어하나 보네요."

"개는 사람보다 정확하죠."

심해 할매가 어디선가 나타나 단호하게 말했다.

"문석중 씨, 이 마을에는 사람이 건드려선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 봉인된 기억의 조각

그날 밤,

루담은 산 중턱의 우물가를 찾았다.

손에 돌조각을 쥔 채,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돌이 강하게 빛나며 또 다른 환영이 떠올랐다.

“일곱 개의 돌 중 하나가, 이미 깨어졌노라.”

그리고 그 환영 속에서

루담은 거대한 바위가 갈라진 장면을 본다.

그 아래,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벌써 시작된 거야…?"

� 엔딩 씬

그 시각,

문석중은 산 아래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이 마을입니다.

돌 중 하나, 이미 작동했습니다.

'그녀'도 곧 각성할 겁니다."

어둠 속,

지리산의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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