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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Feb 21. 2019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by 베르메르 



여기 우리 모두의 시선을 한 눈에 잡아끄는 소녀가 한 명 있습니다. 
아니, 소녀가 아니라 여인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앳된 얼굴이지만 투명한 푸른빛의 눈동자와 깊이있는 눈빛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또 성숙합니다.



아주 푸른색의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데, 그녀의 눈동자의 깊은 푸른빛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죠.배경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 속, 화면의 왼쪽 편에서 빛이 들어와 그녀의 하얀 얼굴과 맑은 눈동자, 그리고 입술을 비추고 있습니다. 

살짝 벌어진 입술로 소근소근, 금방이라도 우리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건낼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그녀는 누구일까요? 아니, 그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사연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 것만 같은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방금 보신 작품은 너무나 유명해서 아마도 모르시는 분이 없을거에요.작품의 제목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베르메르라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의 작품입니다. 



원래도 유명했던 이 작품은 소설이 되었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더 유명해졌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역할을 스칼렛 요한슨이 맡았는데, 순수하고 신비로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도발적인 느낌이 아주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스칼렛 요한슨은 남자분들 뿐아니라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매력적이고 아릅답죠ㅠㅠ 
거기다 화가인 베르메르의 역에는 콜린 퍼스! 킹스맨에서 정말...미친듯한 수트핏을 보여주셨던 미중년 콜린 퍼스가 연기했던 화가도 멋졌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화가와 하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입니다. 사실... 화가가 유부남이니까 불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뭐 영화는 영화니까요.ㅎㅎㅎ 
영화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그리트'라는 이름의 가난한 집안 출신 소녀가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려졌습니다. 

아버지가 시력을 읽으시게 되면서 하녀일을 시작한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작업실을 처음보고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베르메르 또한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아내나 장모와 달리, 자신의 작품을 보고 순수하게 감동받는 그리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죠. 
하지만 둘은 주변의 시선과 상황때문에 열렬히 사랑하지는 못하고 단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만 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에 그리트에게 흑심을 품은 한 후원자가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릴것을 베르베르에게 주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베르메르는 이 아름다운 소녀에게 진주귀걸이를 걸어주고 그림을 그리던 중, 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해오던 와이프에게 이 장면을 들키게 되죠. 

안그래도 예민하고 욕심이 많은 성격인 아내의 눈 밖에 난 그리트는 결국 사랑하는 화가를 두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며 영화는 마무리 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나는 그녀의 손에는 베르메르가 전해 준, 아름다운 진주 귀걸이와 푸른 터번이 쥐어져 있었죠.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전부 다 '픽션'입니다. 이 영화에서 사실인 내용은 베르베르라는 화가가 있었고, 그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을 남겼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트'라는 하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는 것이죠. 심지어 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델이 누구인지조차 전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작가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가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진주귀걸이를 한 모습, 그리고 그녀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는 사실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죠. 
정말 작가들의 능력도 대단하지 않나요? 사실 한류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 '대장금' 또한 조선왕조실록에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는 단 몇 개의 문장에서 그 길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다고 해요.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요. 어쨌든 베르메르의 작품 속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녀의 이름도, 신분도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신비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해요.

사실 베르메르의 많지 않은 37개의 작품들 중에서 여성이 방 안에 혼자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꽤 있습니다. 그 중에서 배경이 없는 작품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밖에 없기 때문에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어서 이 작품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서도 베르메르의 뛰어난 연출력 덕택에 그림 속의 여성들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앞에 보이는 여성은 온화하고 따뜻한 빛이 들어오는 방에 서서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편지의 내용이라든가 편지를 보낸 사람, 그녀가 맺고 있는 은밀한 관계 등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뒤에 보이는 복잡한 지도에 그녀의 머리를 위치시킴으로써 편지를 받은 뒤 복잡해진 그녀의 머릿속을 뜻한다는 해석도 있구요.



탁자 위에 놓인 진주 목걸이나 임신을 한 것처럼 불러보이는 배 (제 배도 평소에 저정도는 나오는데....ㅠㅠ)때문에 그녀가 불륜 관계인 연인으로부터 선물과 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란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앞의 작품처럼 그녀에 대한 명확한 단서라든가 화가의 설명이 없기 때문에 정확치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편지를 읽고 읽는 그녀의 고요한 모습이 숨막힐 정도로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번잡스런 동작없이 그저 고요히 편지를 쥐고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내리깔은 눈의 표정이나 약간 벌어진 입모양에서 우리는 그녀의 아주 개인적인 공간에서 그녀의 가장 떨리는 순간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다음의 작품은 <우유를 따르는 여인>입니다. 이 작품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것 같아요. 



그녀가 서 있는 방 안에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고 테이블 위에는 막 구워낸 것처럼 보이는 빵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고소한 빵의 냄새가 부드럽게 방안에 퍼지는 듯한 나른한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신중하게 우유를 그릇 안으로 따라 넣고 있는 그녀는 세상의 모든 번잡함과 가장 멀리 있는 듯한 존재입니다. 

수백 번, 수천 번을 했을지 모를 아주 단순한 일상의 동작이지만 그녀의 정직한 표정과 정갈한 자세 때문에 이 순간이 어쩐지 엄숙하고 성스럽게까지 느껴집니다. 
그녀는 속세의 모든 것과 동떨어져서, 우리가 지켜보고 있단 사실도 전혀 모르는 채로 자신만의 시간 속에 고요히 잠겨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렇게 소소한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녀가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 어떤 목소리일까, 저 우유그릇을 들고 걷는 모습은 어떨까도 궁금해집니다. 

이처럼 베르메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모두 큰 동작을 하고 있다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특별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미묘한 눈빛의 느낌, 그리고 아주 작은 입술의 모양이나 섬세한 손짓에서 왠지 우리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고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신비로운 그녀들을 주인공으로 그려느낸 베르메르는 사실 히틀러가 아주 사랑한 화가 중에 한 명이기도 해요. 예술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히틀러는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들을 모아서 '국민 예술'이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었는데요. 그 전시회 전체의 작품 도록의 표지 사진이 바로 베르메르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어떠세요, 베르베르의 여러 작품들을 보시면서 여러분도 그녀들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게 되셨나요? 여러분들도 그녀들이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지지 않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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