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이라는 작품입니다. 하나님은 어리고 약한 다윗에게 힘을 주어 작은 돌팔매로 거대한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게 했습니다. 성서의 내용대로라면 다윗은 골리앗의 잘린 머리를 들고 승리에 환희하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다윗은 어쩐지 골리앗의 잘린 머리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골리앗의 얼굴에는 슬픔과 회한이 어려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그린 카라바조는 바로크 시대의 포문을 연 예술가입니다. '카라바조 이전에도 미술이 있었고 이후에도 미술이 있었지만, 까라바조로 인해 이 둘은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미술사에 끼친 영향은 엄청납니다.
그런데 그의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라는 점입니다. 39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그는 크고 작은 온갖 범죄에 연루되며 감옥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고위층 후원자들 덕에 몇 번이나 방면됩니다. 그러나 결국 서른 다섯 살이 되던 해, 그는 결국 살인이라는 중죄를 저지릅니다. 이후 몇 년간 도피하며 살인죄를 사면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지막 시도로 교황의 사면을 받기 위한 작품을 싣고 로마로 가던 중, 다른 범죄자로 오인되어 체포되며 그림을 실은 배를 놓치고 맙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며칠을 걸으며 작품을 찾다 쇠약해진 그는 말라리아에 걸려 간이 진료소에서 그대로 숨을 거둡니다. 묘비도 없이 대충 묻힌 그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현재까지도 알 수 없습니다. 천재화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죽음이자, 동시에 신의 벌을 받은 듯한 범죄자의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카라바조는 잘린 골리앗의 머리에 자신의 당시 자화상을, 그리고 다윗의 얼굴에는 자신의 소년 시절의 얼굴을 그려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화가였지만 동시에 광기어린 범죄자였습니다. 범죄에 연루된 삶을 살면서도 그 세계에 맘 편히 머무르지 못했고, 교회의 사면을 통해 양지에 나오길 늘 간절히 바라는 이중성을 보였습니다. 어쩌면 작품에서처럼, 자신안에 다스려지지 않는 괴물의 목을 누구보다 쳐내 죽이고 싶었던 것은 카라바조 그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범죄자인 그를 이해해 줄 필요는 절대 없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발견한 이중성의 아름다움이 그의 지독한 내면의 싸움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이분되기 어려운 곳이고, 우리도 자신 스스로에게 모순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 또한 이러한 사실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