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쿠르베씨 - 구스타브 쿠르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전 작품은 '그리스인 조르바'예요. 저뿐 아니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죠.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진정한 자유인 조르바를 만난 자신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이 소설에 풀어냈지요.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옵니다.
조르바 : 처음부터 분명히 말하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만약 내게 강요하면, 그때는 끝장입니다. 이건 분명히 아쇼. 내가 인간이라는 걸.
주인공 : 인간으로고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조르바 : 뭐긴, 자유라는 거지!
작가인 카잔차키스는 터키의 지배하에 있던 그리스에서 태어나 자유와 이념의 전쟁터 한복판에서 자랐습니다. 자유를 향한 갈망, 이를 위한 투쟁을 보며 자랐기에 그가 인간 자유의 근본에 대한 의문을 품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조르바를 읽으며 단박에 떠올랐던 예술가가 있었는데요, 바로 구스타브 쿠르베라는 19세기 프랑스의 화가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 <안녕하세요, 쿠르베씨>입니다. 인디 밴드의 노래 제목 같지 않나요?ㅎㅎㅎ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우연히 마주친 쿠르베에게 그의 실제 후원자인 귀족 알프레드 브라야스와 하인이 '안녕하세요, 쿠르베씨'라고 하며 아주 공손히 인사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그들에게 쿠르베는 짝다리를 짚고 턱을 치켜든 채 거만하게 인사를 받고 있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화가에게 후원자란 존재는 막강한 힘을 가진 ‘갑’의 존재이죠. 하지만 쿠르베는 이런 광경을 그린 것도 모자라, ‘천재에게 경의를 표하는 부’라는,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뻔뻔한 부제를 붙였습니다.
쿠르베는 실제로도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살았습니다. 1855년 파리 박람회에 출품을 거부당했을 때, 그는 박람회장 옆 임시 건물에 자신의 작품 40점으로만 이루어진 전시를 열었습니다. 1870년 최고 영예인 레종 도뇌르 훈장의 수훈자로 지목되었을 때는, ‘나는 어떤 정부의 형태로부터도 독립되고 자유롭다.’며 이를 거부했지요. 그에게는 죽기 전까지 화가로서의 자긍심과,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자유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쿠르베는 살아 생전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고 해요.
“혹여 내가 죽거든,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시오. 쿠르베는 어떤 학교에도, 어떤 교파에도, 어떤 제도에도, 어떤 아카데미에도, 특히 어떤 정권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오직 자유의 진영에만 속해 있었다고.
진정한 자유인이었을지 모를 두 사람. 그들의 마지막을 장식한 문구들이 어쩐지 거울처럼 닮은 듯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작품 : The Meeting ("Bonjour, Monsieur Courbet"), 1854, Gustave Courb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