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받고 싶지 않은 유일한 순간

길 위에서 누리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

by MiddleMan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워낙에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던 탓에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길을 걸어 다니곤 했다.

심지어 동네 상가 12층에 있던 수학학원에 갈 때도 붐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덕분에 내 다리는 튼실해져서 큰 바지가 필요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산책이 취미가 되어버렸다.


'취미 :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사람들이 "취미가 뭐예요?" 물으면

"산책이요." 대답한다.

그러면 대부분이 '엥? 그게 무슨 취미야?'라고 대답하는 듯이 날 쳐다본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뭔가 거창하고 멋진 취미를 원하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풀거나 행복해지고 싶을 때, 난 걷는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내가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산책은 내 취미가 맞다.


요즘은 퇴근하고 집까지 걸어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집까지 지하철로는 20분, 걸어서는 정확히 두 시간.


걸어오면서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 동네 저 동네 구경하면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느끼기도 한다.


집에 도착해서 만보기를 확인하면 뿌듯하다.


이제 퇴근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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