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 By Arctic Monkeys
지난 10월, Arctic Monkeys(악틱 몽키즈)의 신보가 발매되었다. Arctic Monkeys는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우연히 알게 된 밴드로 '브릿팝의 신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고, 난다 긴다 하는 기라성 같은 브릿팝의 노장들이 주목할 만한 후계자로 꼽고 있던 밴드다. 개인적으로 'Brianstorm', 'Teddy Picker'라는 곡에 반해 당시 가장 많이 쓰였던 소셜 미디어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설정한 적도 있었고, 또한 역으로 친구들의 싸이월드 배경음악을 통해 'Fake Tales Of San Francisco'라는 곡을 접하며 다시금 좋아하게 되었다.
보컬 알렉스 터너의 영국 억양이 센 창법도, 폭발할 듯한 드럼 사운드도 멋있었다. 터너가 2010년대 추억의 잇걸 알렉사 청이랑 사귀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둘 다 옷까지 귀엽게 입는 선망의 커플이었다.
3~4집까지는 종종 챙겨 듣다가, 5집 때에는 싱글 발매 곡만 듣다가.. 사느라 바빠 '한때 그런 밴드가 있었지' 정도로만 생각하며 점점 머릿속에서 잊어갔다. 그리고 6집은 혹평을 받았다 들었다. 재기 발랄했던 사운드가 갑자기 말랑말랑해져 실망한 팬들이 많았다고 전해들었다. 그러다가 올해 가을 우연히 7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선공개곡 'There'd Better Be A Mirrorball'을 듣게 되었다. 시작부터 부드러운 반주에 '기운 빠졌다더니 진짜인가 보네?' 하며 들었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사운드가 계속 내 내면을 울렸다. 그래, 너희도 밴드 활동을 하며 전세계에서 이런 저런 사건 사고를 겪으며 많은 굴곡이 있었겠지.. 그 굴곡은 그들에게 단단한 맷집을 만들어주었고, 예전처럼 화려한 사운드를 과시하지 않아도 진정성있는 노래를 들려줄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미러볼이 있으면 좋을거야.
상처받은 사람이 다시 한번 미러볼이라는 희망을 꿈꾼다. 상처받는 것은 아프다. 마음에도 오래 남는다. 하지만 사람은 아프더라도 다시 한 번 발걸음을 내딛는다. 가끔 소름 끼칠 정도로 두려운 감정이 드는 때가 있다. 그래도 그 끝에는 미러볼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앞에도 미러볼이 있으면 좋겠다, 미러볼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며 열심히 노래를 들었다. 괜히 악틱 몽키즈도 희망을 꿈꾸는데 나도 기분 좋은 마음을 먹자 싶었다.
그리고 가끔 아티스트가 변했다고 기대하는 음악과 달라 실망하는 사람들에게. 퀄리티가 떨어지는 음악을 만들지 않는 한 달라진 모습 또한 아티스트의 모습 중 일부이다. 시간이 흘러 긴 세월 끝에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라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동안의 행보로 만들고자 했던 큰 그림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악틱 몽키즈의 'Mardy Bum'과 같은 음악과 함께 치기 어린 불평불만을 중얼거리며 기분 전환을 했다면, 이제는 조금 성숙한 사운드와 함께 내면의 생각을 곱씹어 보며 기운을 얻고 있다. 그들의 가사에 공감하고 희망을 얻고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계속 그렇게 건재해 주길 바란다.
[There'd Better Be A Mirrorball] 들으러 가기▶ https://youtu.be/FY5CAz6S9kE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 Arctic Monkeys♪ Only Ones Who Know
+ The Last Shadow Puppets♪ Standing Next To Me
└ 알렉스 터너와 마일스 케인 2인이 결성한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