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 By LE SSERAFIM
회식을 하다가 내가 하도 말이 많아서 입사한지 몇 년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응~ 넌 100년~
왜 그런 이야기를 한 지는 알 것 같다. 입사 후 겪었던 텃세와 무례한 발언에 단 한 번도 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왜 건드려.. 건드리면 할퀸다.
그래도 가끔 이런 나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다. 때로는 나 정말 이대로 괜찮아? 무서워지기도 한다. 한창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었지려고 하던 순간 접했던 노래가 르세라핌의 'ANTIFRAGILE'이다. 티저로 접했을 때부터 "무시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 라는 가사에 꽂혔다.
2012년,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학교와는 다르게 무언가 생소한 분위기와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갓 데뷔한 중학생 아이돌 미야와키 사쿠라를 알게 되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두 눈에 욕망이 그득그득함을 알 수 있었다. 조금은 로리한 콘셉트의 아이돌을 연기하며 당시 작은 몸집을 이용한 귀여움을 극대화한다던가, 계산적이고 영악한 행동으로 매 방송마다 한 컷이라도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다 큰 성인이었던 내 눈엔 속이 뻔히 보여 오히려 귀여워 보였고 신입 생활의 자극이 되었다.
그러던 그녀가 2018년 아이돌 7년 차에 K-POP 아이돌이 되겠다며 현해탄을 건너 왔다. 당시 일본 걸그룹계의 정점에 서 있는 그룹에서 센터를 다투던 그녀가 굳이 언어도, 음악성도 다른 한국 시장에 왔다는 점에서 여전히 야심이 가득하구나 싶었다. 어설펐던 실력을 독기 하나로 소녀 만화 주인공급 진화를 거듭하며 아이즈원을 거쳐 르세라핌으로 3번째 데뷔를 달성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꿈에서 Kiss 해달라고 노래하던 사쿠라는 지금 자신은 얼마든지 깨져도 부서지지 않는다며 그 밑바탕에 자신이 걸어온 커리어가 있다고 노래한다.
실제로 사쿠라 커리어는 사건 사고가 많았다. 일본에서는 어린아이가 너무 계산적인 것 아니냐며 인성 논란에, 같은 그룹 선배의 질투 논란, 성형 논란, 질 나쁜 팬의 성폭행 협박에 시달리다가, 한국에서 데뷔하고 나서는 오디션 순위 조작, 코로나로 인한 활동 제약, 같은 그룹 멤버의 학폭 스캔들, 교통사고..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렇게 스캔들이 많았던 커리어는 처음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침 없이 멋지게 극복하고야 만다. 올해 연말에는 고국 일본에서의 가장 권위 있는 음악 방송 '홍백가합전'에 사상 최초로 3번째로 소속을 바꿔 출장한다. (AKB48-HKT48-르세라핌 순) 몸소 시련을 극복하고 계속되는 퀘스트를 깨버리는 모습은 내게도 큰 용기를 준다. 쟤도 하는데 나라고 주저할건 뭐냐며. 데뷔곡 'FEARLESS'의 가사와 같이 내 흉짐도 나의 일부라면, 특히 나와 같은 경우엔 이혼, 한 곳에 제대로 소속되지 못하는 불안한 회사 생활도 내 팔자라면, 받아들이고 더욱더 단단해지리라, 말이 참 많더라도 내 갈 길 가리라 사쿠라를 보며 다짐한다.
이런 것이 아이돌의 순기능이다.
[ANTIFRAGILE] 들으러 가기▶ https://youtu.be/pyf8cbqyfPs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 AKB48♪ UZA
└ 미야와키 사쿠라의 데뷔곡
+ IZ*ONE♪ FIESTA
+ LE SSERAFIM♪The World Is My Oyster